장자의 맛 58 : 매미 잡는 방법
짠맛 6 - 삶의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
공자가 초나라를 가는 길에 숲속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한 꼽추노인이 매미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매미를 줍 듯하고 있었지요.
공자가 꼽추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꼽추가 대답했습니다.
“비결이 있기는 있지요. 대여섯 달 정도 매미채 위에 구슬 두 개를 포개 올려놓고 떨어뜨리지 않는 연습을 합니다. 점점 실수가 줄어들지요. 그 다음에는 구슬 세 개를 포개 올려놓고 떨어뜨리지 않는 연습을 합니다. 실수가 열 중 하나가 되지요. 그 다음에는 다섯 알을 포개 올려놓고도 떨어뜨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데, 모두 성공하면 매미를 줍는 듯이 할 수 있습니다.
몸은 나무 그루터기처럼 고정되고, 팔은 나뭇가지처럼 움직입니다. 천지가 넓고 만물이 많다해도 오직 매미 날개에 집중하지요. 그렇게 하면 어찌 매미를 못 잡겠습니까?”
공자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꼽추노인은 ‘뜻을 모으고 마음을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구나.“
<달생> 3
초등학교 때 매미나 메뚜기 등 곤충채집을 하러 친구들과 가까운 자연으로 놀러갔던 경험이 있다. 한두 시간이 지나면 모여서 서로 잡은 것을 비교하고, 못 잡은 아이들에게 많이 잡은 아이들이 나눠주기도 했다. 나는 그럭저럭 잡은 아이에 속했다. 주지도 못하고 받지도 않았다. 곤충채집의 묘미는 곤충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예측하고, 그에 맟춰 행동하는 데 있다.
어렸을 적 이런 원리를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행동을 천천히 하면서 곤충에게 접근했던 기억이 있다. 고정된 사물을 잡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저절로 알았나보다. 매미를 잡을 때, 거의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으면서 아주 서서히 매미를 향해 채를 뻗던 생각이 지금도 난다, 열에 한두 번 성공했지만 성공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본문에 나오는 꼽추는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과제나 취미로 매미를 잡는 것이 아니라 잡은 매미를 약재상에 팔 듯이 직업적으로 잡은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줍듯이 매미를 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의 훈련법도 특이하다. 매미 하나 잡는데, 장인이 신묘한 기술을 익히듯 필사의 노력을 한다. 적어도 매미를 줍듯이 잡으려면 1년 이상의 훈련기간이 필요한 듯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꼽추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는 공자의 태도다. 공자가 책상물림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삶의 원리를 찾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공자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장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삶은 책을 통해 일거에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과 마음을 일상의 훈련을 통해 변화시킴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매미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꼽추노인은 오늘날로 비유하면 휴지나 공병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극빈노인과 같다. 결코 권장할만한 삶이 아니다. 하지만 공자(장자)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다만 그 일에 임하는 사람의 뜻과 마음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꼽추노인이 매미를 쉽게 잡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살피라. 그의 신분을 보지 말고 그의 노력을 보라. 너는 저 노인처럼 할 수 있는가? 아주 미천하고 작은 일이지만 저 노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가?
일의 대소(大小)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의 경중(輕重)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일의 경제적 가치를 묻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일을 통해 얼마나 자신이 변화되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어떠한 삶이든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뜻과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