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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맛 59 : 달인의 수영법

짠맛 7 - 물길을 따라 갈 뿐

by 김경윤

공자가 여량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는데,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악어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남자가 헤엄치는 듯 보였습니다. 공자가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제자에게 물길을 따라가 그를 건져주라고 했습니다. 수백 걸음을 따라가보니 그 남자는 둑 밑으로 나와서는 머리를 풀어헤친 채 노래를 부르며 거닐고 있었습니다.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귀신인 줄로 알았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수영을 정말 잘하시네요. 무슨 비결이 있나요?”

남자가 말했습니다. “딱히 비결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수영을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수영하는 게 몸에 배어 습성이 되었고,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제는 마치 내가 수영을 하려고 태어난 듯합니다. 소용돌이를 따라 들어갔다가 물길을 따라 나옵니다. 물길을 따를 뿐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수영합니다.”

공자가 물었습니다. “수영이 습성이 되고, 습성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을 실현했다는 뜻입니까(始乎故, 長乎性, 成乎命)?”

남자가 말했다.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습성입니다. 물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성격입니다.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운명입니다.”

<달생> 9


이름도 모르는 한 사내가 폭포수에서 수영을 한다. 물고기도 수영하지 못할 것 같은 거칠고 빠른 물길이다. 공자는 이 광경을 보고, 저 사내가 죽으려 하나보다 생각한다. 보통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물길에서 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되어 제자들에게 그를 구해주라고 한다. 제자들과 물길을 따라 내려가니, 웬걸, 그 사내 느긋하게 노래를 부르고 물가로 나온다. 공자가 신기한 듯 그에게 다가가 문답한 것이 위의 내용이다.

수영에 비결이 있는가? 없다. 단지 물길을 따라 갔다가 물길을 따라 나온 것이다. 답은 쉽다. 하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사내는 부연설명한다. 뭍에서 태어났지만 물가에 살아서 수영을 배웠고, 수영이 몸에 익었고, 수영이 익숙해지니 아무렇지도 않게 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수영을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수영이 나의 운명인 듯.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처음에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불편을 감수하고 반복하다보면 점차로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다보면 잘하게 된다. 잘하는 것을 어찌 아는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노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하는 반복은 똑같은 것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은 항상 ‘차이나는 반복’이다. 악기를 배우다보면 처음에는 악기와 충돌하지만, 차츰 악기와 친하게 되고, 나중에는 악기를 잊게 된다. 악기와 하나가 되는 경지다. 그것이 바로 운명(運命)이다.

장자가 말하는 운명[命]은 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운명은 반복(훈련)이 만든 습관이 계속되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완성되어 이루어지는 경지다. 그 경지의 모습이 자연스러움[然]이다. 마치 본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주어진 흐름을 잘 따르도록 훈련하는 것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다. 수영은 물의 길을 잘 따르는 것이고, 걸음은 땅의 길을 잘 따르는 것이며, 삶은 우주의 길을 잘 따르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습성을 들여야하고, 성격이 되어야 한다. 시도와 실패와 성취가 쌓여야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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