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맛 8 - 칭찬이나 이익이 없어도
목수 재경이 나무를 깎아서 종을 거는 틀인 거(鐻)를 만들었습니다. 이 틀이 완성되자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귀신 같은 솜씨라며 놀랐습니다. 노나라의 임금도 그 틀을 보며 물었습니다.
“그대는 무슨 비법으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재경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저 목수일 뿐 무슨 비법이 있겠습니까? 굳이 말씀드리면 한 가지가 있기는 합니다. 저는 틀을 만들 때 함부로 기운을 소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계를 해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합니다. 3일 동안 재계를 하면 상이나 벼슬을 받겠다는 생각을 품지 않게 됩니다. 5일 정도 재계하면 비난이나 칭찬, 걱정이나 근심 따위를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7일 동안 재계를 하면 손발이나 몸뚱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됩니다. 이쯤 되면 공적인 일이나 조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틀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고 그밖의 것들은 사라져버립니다. 그런 후에 산숲으로 들어가 나무 성질이나 모양이 가장 좋은 나무를 찾습니다. 그 나무를 보면서 마음으로 틀의 모습을 완성시킵니다. 그러면 그 나무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아예 손을 대기 않습니다. 이렇게 저의 본래 성격과 나무의 본래 성격을 합치[以天合天]시킵니다. 제가 만든 것을 귀신 같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달생> 10
운동이든 예술이든 작업이든 힘조절이 중요하다. 힘조절은 육체적인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무도에서도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면 고수가 아니라고 한다. 경직된 몸과 정신으로는 제대로 과업을 수행할 수가 없다. 평소에는 힘이 빠진 상태로 있다가 힘이 필요한 순간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아야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
강하기만 한 힘은 무력하다. 부드럽지만 몰입된 힘이 필요하다. 노자철학을 전공한 이소룡이 절권도를 만들었을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물과 같이 되라’는 것이다. 모든 만물과 하나가 되면서 부드럽게 변화하는 물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은 물론 활쏘기 훈련이겠지만, 그와 더불어 명상훈련을 많이 한다고 한다. 명상훈련의 목적은 활쏘기 외에 어떠한 욕심과 욕망도 작동하지 않도록 비우고 또 비우는 것이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욕심이 마지막 활에 방향을 비틀어버리고, 상대방을 이기겠다는 경쟁심이 부담으로 작용하여 근육을 경직되게 만든다. 숨은 가빠지고 머리를 복잡해지고 몸은 굳어진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물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다. 비행을 잘하는 사람은 바람의 흐름을 잘 타는 사람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선과 색의 흐름과 조화를 잘 아는 사람이다. 목수는? 목수 역시 나무의 성질이나 모양, 즉 성격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다. 그 성격을 따라 자신의 성격이 하나가 되면 명장(名匠)이 된다.
삶이라고 다를쏘냐. 매번 변화하는 환경과 조건을 잘 파악하고, 그 흐름을 잘 타는 사람이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평소에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계(齋戒)를 하듯이,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쓸모없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이나 비난에 초연하고, 공적이나 명예 따위에 신경쓰지 않게 되도록 자신을 비워야 한다.
이 경지, 말이 쉽지 실천이 쉬운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알아채야 한다. 숨쉬고, 움직이고, 공부하고, 쉬고, 밥먹고, 똥싸고, 사랑하고, 잠자는 매순간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면서 알아채는 사람만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비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의 흐름을 잘 타게 된다. 스님들이 평생토록 하는 수행이 바로 이것이다. 도인들이 평소에 훈련하는 것도 이것이다. 종교인들이 예식에 참여하는 것도 바로 이 훈련을 위해서다. 갑자기 도달하는 경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도달할 수 없는 경지도 아니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더 잘 실패하면서 해볼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