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마감에 쫓기지 않는 명문은 없다.”라고 누구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김용옥에게서 들었습니다. 나의 경우에도 마감일이 다가오면 긴장도가 높아져 더욱 빠르게 글을 쓰게 되지요. 거기에 정신력이 고양되면 제법 예상 밖으로 괜찮은 글이 생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너무 글을 안 쓰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글을 많이 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루어둔 과제를 해치우듯이 몰아서 글을 쓰는 것은 스릴이 넘칠지는 모르지만, 위험도도 높아서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원고지 20매를 하루 일과로 삼는다고 썼습니다. 그는 잘 써진다고 더 쓰고, 안 써진다고 덜 쓰지 않도록 하루의 루틴을 마련했습니다. 내가 연습해보니, 체력이 낭비되지 않는 적절한 양입니다. 이 정도 양이라면 잔업특근이나 철야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금욕적일 듯 보이는 이 루틴을 설명하면서 하루키는 이런 말도 썼습니다. “미국 금주단체 표어에 'One day at a time(하루씩 꾸준히)'라는 게 있는데, 그야말로 바로 그것이다.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하루 끌어당겨 자꾸자꾸 뒤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만 한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씩이다. 한꺼번에 몰아 이틀 사흘씩 해치울 수는 없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하루키조차도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데 참을성 있는 기다림을 필요로 했습니다.
하루키처럼 불변의 루틴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못될지라도 그 언저리에서 자신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는 다양한 채식주의자처럼 살면 됩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 것이 편한 사람은 집필의욕이 가장 고조된 시간을 찾으면 되고요. 집필량으로 승부보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글쓰기 체력이 맞는 양을 정해놓고 하루 일과 중 틈나는 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어쨌든 조금씩 양을 늘리거나 시간을 늘리는 단계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초보자에게는 세 번째 훈련법을 권합니다. 조금씩 양과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지요. 뭐가 됐든, 원리는 같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하나만 덧붙이자면 미루지 않고!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실패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