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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작가론 16 : 자신을 돌보는 글쓰기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원고지 노자명상 1016.jpg

어린 시절 내 어머니는 뜨개질을 좋아하셨습니다. 나는 빈번히 뜨게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던 때라 1년도 채 못가서 옷이 작아졌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다시 그 뜨게옷을 풀어, 수증기로 꼬부라진 실을 펴고, 다시 감아 실뭉치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풀어진 실을 합쳐진 검지와 중지에 휘휘 감아서 어느 정도 부피가 되면 손가락을 빼내어 작게 뭉쳐진 실뭉치 위에 다시 실을 감았습니다. 너무 세게 감으면 실이 끊어지거나 얇아졌고, 너무 느슨하게 감으면 실뭉치가 엉켰습니다. 적당한 강도로 실을 감는 게 요령이라면 요령이었지요. 어머니는 실을 감을 때 적당한 숨을 사이에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도 숨을 쉰다면서. 그렇게 엉켜진 실타래는 폭신폭신한 실뭉치가 되었습니다. 그 실뭉치를 실바구니에 넣고 살살 풀어가며 뜨개질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엉크러진 실로는 뜨개질을 할 수 없습니다. 실은 숨을 쉬듯이 가지런히 뭉쳐있어야 풀립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엉클어진 생각으로는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엉크러진 생각을 가지런히 감아두었다가, 살살 풀어야 글이 됩니다. 생각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됩니다. 생각에 숨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생각과 생각 사이에 틈이 있어야 풀립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을 당해 생각이 엉망이 될 때가 있습니다. 생각이 엉망이 되면 삶도 엉망이 되지요. 생각이 엉망이 되면 집중도 되지 않습니다. 집중이 안 되는 데 글이 써질 리가 없습니다. 그럴 때는 조용한 시간을 만들어 마구 뛰노는 생각을 가라앉히고 꼬였던 생각을 가지런히 풀어 살살 감아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의 뭉치를 폭신폭신하게 만들어야 글이 술술 풀리게 됩니다.


엉킨 생각을 푸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행위입니다. 돌보는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돌본다는 것은 ‘돌아본다’는 뜻도 있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성찰(省察) 또는 반성(反省)이라고 하지요. 자신을 엉망인 채로 두지 마세요. 자신을 돌보세요. 이렇게 말하니 글쓰기란 결국 자기사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모르 모아(amor moi)!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글쓰기의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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