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뎍경>
소위 연예인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과시형 연예인이 걸린다는 병인데요. 자신이 남들보다 특이하고 특출나기에 일반인보다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병입니다. 갑질의 일종인 이 병은 남들이 자신을 잘 알아주지 않으면 삐지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대접받아 마땅한 사람이니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져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연예인 활동을 하다보면 다양한 협찬을 받게 되는데, 협찬을 받은 것은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기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뛰어나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연과 운의 결과물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돌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집착하게 되면 낭패를 겪게 됩니다. 한 번 얻은 인기가 영원하다고 생각하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대인기피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약물이나 알콜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언제든지 돌려주어야 한다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비정규직이니 처지가 일반인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간혹 성공하여 오랫동안 빛나는 연예인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부단히 노력하고, 쉼 없이 변신한 결과입니다.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만이 흔들리지 않고 연예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작가에게도 작가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남들보다 운이 좋아 작품집이라도 한 두 권 내다보면, 게다가 정말 운이 좋아 잘 팔리게 되면 자신이 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착각할 때 생기는 병입니다. 특히 작가는 지식이나 말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허황된 공상에 빠질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말이란 실체가 없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잘못 다루면 허방길로 빠지기 쉽습니다. 책 한 두 권 쓰고나면 사방에서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줍니다. 그 호칭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호칭에 현혹되면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책 한 두 권 냈다고 위대해질 리가 없습니다. 그냥 책을 낸 백수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글을 쓸 때 과장하면 안 됩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유식한 말들 골라쓰거나, 화려한 수식어를 꾸며 쓰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조차 납득할 수 없는 글로 남들을 납득시키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기본으로 삼고, 유식한 말보다는 평범한 말 속에 의미있는 뜻을 담는 것이 낫습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튀는 글을 쓰기보다 일상어의 위대함을 탐구하는 게 훨씬 삶에 도움이 됩니다. 백 마디의 웅변보다 한 마디의 진실에 더욱 힘이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덜고 덜고 덜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