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글쓰기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북드라망)

by 김경윤







“하늘 아래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 첫째로 경전을 연구하고 옛날의 진리를 배워서 성인이 펼쳐 놓은 깊고도 미묘한 비밀을 들여다본다. 둘째로 널리 인용하고 밝게 분별하여 천년의 긴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시원스레 해결한다. 셋째로 호방하고 힘찬 문장 솜씨로 지혜롭고 빼어난 글을 써내어 작가들의 동산에서 거닐고 조화의 오묘한 비밀을 캐낸다. […] 이것이야말로 우주 사회의 세 가지 통쾌한 일이다.”(66쪽)




고미숙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책 제목의 기원이 되는 글이다. 조선시대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대왕의 격조있는 문체이다. 이번에 출간한 고미숙의 책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는 단순히 고미숙의 생각만을 담고 있지 않다. 그것은 지식인 공동체 ‘수유-너머’에서부터 분화된 고미숙의 대중지성공동체 ‘감이당&남산강학원’의 10년 가까이 되는 역사의 보고서라 할 만하다. 물론 이 대중지성공동체의 수장은 고미숙이다. 고미숙은 자신의 저술과 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 엄청난 공동체 실험을 유지했다.

물론 거기에는 고미숙과 뜻을 같이 하는 지식인들과 세대를 넘나들어 공동체를 찾아와 함께 독서하고, 세미나하고, 글을 쓰며, 책을 냈던 수많은 대중지성들이 있었다. 고미숙과 합이 맞는 ‘북드라망’ 출판사는 이들의 지적 결과물을 책으로 출간했다. 이미 ‘북드라망’을 통해 나온 책이 100권이 넘으니, 이 실험은 일단 성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출판만이 이들의 활동이 아니다. SNS를 적극 활동하여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유튜브 채널인 ‘강감찬TV’를 론칭시키는 전방위적 활동이 이 대중지성공동체의 모습이다.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고 글쓰고 벌어먹는 이들의 모습은 책의 부제에 표현되었듯이 ‘양생과 구도, 그리고 밥벌이로서의 글쓰기’의 현실태이다. 이들의 활동은 실로 ‘글로벌’하다. 활동영역이 글로벌할 뿐 아니라, ‘글로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방황하는 10대로부터 청장년 백수들과 노년 백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돌보고, 성숙한 인생을 살아가며,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미숙의 책은 증언하고 있다.


<p.s.>인문학공동체를 실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고미숙의 선행적 실험이 참으로 반갑고 귀하다. 선배의 가르침에 따라 고양시에서도 사정과 형편에 맞는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해 본다. 글쓰기 모임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이 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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