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명상 : 들어가며

화두로 읽는 선의 역사

by 김경윤

大道無門 큰 길에는 문이 없으나

千差有路 길은 또한 어디에나 있으니

透得此關 이 관문을 뚫는다면

乾坤獨步 온 천하를 당당히 걸으리라


《무문관(無門關, The Gateless Gate)》은 선종5가(禪宗五家)의 일파인 임제종(臨濟宗)에 속하는 남송(南宋)의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가 1228년(紹定 1) 46세 때 지었다. 수행자를 위해 48개의 에피소드[공안(公案)]를 소개하고, 설명과 노래[송(頌)]를 붙였다. (그런데 이 설명과 노래가 더 어렵다.^^)

《무문관》은 《벽암록》·《종용록》과 함께 옛날부터 널리 읽혔으며, 뒤의 두 서적보다 공안(公案)의 수가 적고 내용도 간단명료하며 한 사람이 저술한 것이기에 일반에게 더욱 널리 읽혔다. 제목은 제1칙 조주구자(趙州狗子)의 공안에서 유래되었다.


승(僧)이 조주(趙州)에게 묻기를,

"개로 다시 태어나도 불성(佛性)이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주가 가로되,

"있도다."

또 다른 승이 묻기를,

"개로 환생(還生)되어 불성이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주가 대답하되,

"없도다."


개에게 불성(佛性)이 있냐는 물음에 한 번은 있다하고 다른 한 번은 없다고 했으니 어느 것이 진실인가? 하나가 진실이라면 다른 하나는 거짓인가? 그렇다면 조주선사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선불교의 공안, 혹은 화두는 수행하는 스님들이나 따르는 불자들의 수행정도를 측정하는 방편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여러분은 이 모순적인 진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머리 속으로 각자 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인다.)

무문관.jpg

나는 일찍이 오현스님이 쓰신 《무문관》(불교시대사, 2007)을 흥미롭게 읽으며 선불교에 매료되었는데, 이제 그 과정에서 생각되었던 것들을 <무문관 명상>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해보려고 한다.

본래 《무문관》은 시간순이 아니었는데, 연재 순서는 공안이 이루어진 시간순으로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무문혜개의 설명과 노래는 생략하고, 오로지 48개의 에피소드[공안(公案)]만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무문관 명상>은 불교전문가의 해설이 아니라 한 인문학자의 개인적 생각을 펼치는 것이다. 나에게 불교는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문학적 텍스트로서 읽힐 뿐이다. 불자가 되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가 주는 흥미에 이끌려 쓰는 것이니 그리 여기시면 좋겠다. (원문과 영역도 수록하였다.)


선종의 법계도와 시간순으로 다시 배치한 무문관의 순서를 아래에 첨부해둔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선종법계도.PNG
법계도에 따른 무문관순서1.PNG
법계도에 따른 무문관순서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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