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모든 나무들은 가시나무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와서 우리의 왕이 되어라.' 그러자 가시나무가 나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가 정말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너희의 왕으로 삼으려느냐? 그렇다면, 와서 나의 그늘 아래로 피하여 숨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가시덤불에서 불이 뿜어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살라 버릴 것이다.' (9:14,15)
나무들은 자기들의 왕을 세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길을 나서서 올리브 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간청하지만 그들은 모두 하느님과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자신의 일이 만족스럽다며, 다른 나무 위에서 날뛰는 나무의 왕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시나무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자, 가시나무가 한 말이 위의 본문이다.
사사기에는 왕이 되었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5대 사사 아비멜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비멜렉은 사사 기드온이 세겜족에게서 첩을 들여 얻은 아들이다. 아비멜렉은 외가 친척들의 지원으로 건달과 불량배를 끌어모아 자신의 이복 형제들 70명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된다. 그의 잔인무도한 살육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막내 요담은 왕을 세우려는 동족에게 위의 비유를 들어 경고한 것이다.
왕을 세우려는 욕망은 노예가 되는 지름길이다. 삶의 목표는 하느님과 인간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참자유인은 그 누구도, 어떤 것도 왕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가 무릎을 꿇을 대상은 오직 하느님뿐이다.
카톨릭에서는 판관기(判官記), 개신교에서는 사사기(士師記)로 번역하는 이 성서는 이스라엘에 왕이 세워지기 전에 13명의 사사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사사는 평상시에는 재판을, 위험시기에는 전쟁의 지도자로 나서기도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사는 드보라(3대, 40년 통치), 기드온(4대, 40년 통치), 삼손(12대, 20년 통치) 등이다. 13명의 사사 중에서 여성은 오직 드보라 뿐이다.
아래 삽화는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e)의 <아비멜렉의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