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내가 태어나던 날이 차라리 사라져 버렸더라면, 그 날이 어둠에 덮여서,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께서도 그 날을 기억하지 못하셨더라면, 아예 그 날이 밝지도 않았더라면, 어둠과 사망의 그늘이 그 날을 제 것이라 하여, 검은 구름이 그 날을 덮었더라면, 낮을 어둠으로 덮어서, 그 날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더라면, 그 밤도 흑암에 사로잡혔더라면, 그 밤이 아예 날 수와 달 수에도 들지 않았더라면, 아, 그 밤이 아무도 잉태하지 못하는 밤이었더라면, 아무도 기쁨의 소리를 낼 수 없는 밤이었더라면, 주문을 외워서 바다를 저주하는 자들이, 리워야단도 길들일 수 있는 마력을 가진 자들이, 그 날을 저주하였더라면, 그 밤에는 새벽 별들도 빛을 잃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려도 밝지를 않고, 동트는 것도 볼 수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3:3~9)
1.
본문은 느닷없이 저주를 받아 고난당하는 욥이 입을 열어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장면의 한 대목이다. 태어남 자체를 저주할 정도로 욥의 고난은 막대하다. 어렸을 적 나는 욥기를 읽으며 이렇게 고난당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의심했었다. 나이가 들어보니, 내 주변에서는 욥이 당하는 고난에 버금가는 고난을 당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2년 전 세월호 사건만 해도 욥의 고난에 버금간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욥과 같지 않을까?
욥기는 알 수 없는 고난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지만, 그것은 욥기 저자의 소망일 뿐,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우리는 어떻게 고난을 극복할 것인가? 세월이 알려준 지혜는 연대와 나눔이었다. 나는 지금도 하느님의 은총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저주하지 않을 정도가 되지 않도록,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연대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판 욥기는 다시 쓰여야 할까?
2.
욥기(-記, 히브리어: יוֹב 욥)는 기독교 구약성경 가운데에 있는 지혜 문학 대표라고 할 시극(詩劇)이다. 저자는 모세, 솔로몬, 예레미아. 헤만 등 다양하지만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가 인간의 고난 문제 등에 매우 예민하고 종교성이 심오한 사람이며, 본서가 세계 문학의 걸작 중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문학성을 지닌 자이고, 동시에 당대의 뛰어난 지성인이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제1장에서 제2장과 제42장 제7절 이하는 산문이고 의인 욥에 관한 전설이며, 제3장 이하의 시의 청취가 있는 부분은 전체에 걸쳐 윤곽이 고대에서 전래된 민화(民話)였다. 천상에서의 신과 사탄의 경쟁 때문에 전혀 이유도 없는 고난을 의연히 견디는, 사유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완전한 신앙자 욥과 그의 행복한 결말을 읊은 것이다.(위키백과)
3.
아래 그림은 레옹 보나(Leon Bonnat, 1833~1922)가 그린 <욥>(1880, Oil on canvas, 161×129cm, 파리 오르세 박물관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