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42 : 따뜻한 글쓰기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젊었을 때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글, 특이한 글, 튀는 글을 쓰려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독자들의 눈에 띤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난 척 하려고 멋진 단어들을 고르고, 고급져 보이려고 어려운 단어들을 부러 사용했습니다. 나 자신을 드러내려 하기보다, 화려한 장식들로 치장하려 했습니다.


남들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글, 냉철한 글, 차가운 글을 쓰는 것이 지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의 잘못을 찾기에 힘쓰고, 허점을 발견하면 좋아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면 지적했습니다. 남을 넘어뜨려야 내가 선다고 착각했습니다. 나의 문제를 발견하기보다는 남의 문제를 발견하기를 좋아했고, 나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세상을 뒤집어 엎는 글이 위대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무엇보다 나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통해 감추어왔던 나의 모습이 선명해졌습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가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음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고, 남에게 지나치게 야박했던 태도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어렵게 쓰는 것보다 쉽게 쓰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임을 이제는 압니다. 특이하게 쓰는 것보다 평범하게 쓰는 것이 더욱 공이 드는 일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죽이는 일은 한 순간이지만 생명을 살리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저절로 알게 된 것이 아닙니다. 힘들여 알게 된 것입니다.

진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진리를 살아냄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종교와 철학이 아무리 심오하고 어려워도 결국에는 삶을 보살피기 위한 것임을 이제는 압니다. 삶을 보살피려면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기쁨과 슬픔이 공감대를 얻으려면 따뜻함이 있어야 합니다. 차가운 눈물은 없습니다. 차가운 시선으로는 세상을 살릴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글에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위대한 혁명은 사랑을 기초로 합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쓰기도 사랑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생명에 상처내는 글보다 상처를 보듬는 글이 좋습니다. 비판을 할 때에도 살인검(殺人劍)이 아니라 활인검(活人劍)을 휘둘러야 합니다. 생명을 보듬는 글을 써야 합니다. 이것이 으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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