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뎍경>
노자 도덕경 43장을 적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 속으로 파고드네. 틈 없는 사이로 흔적없이 파고드네. 나를 이 모습을 보고 자연스러운 행동의 이로움을 알게 되었네. 말 없는 가르침, 자연스러움의 이로움. 그러나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란 참으로 드문 일.(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吾是以知無為之有益。不言之教, 無為之益, 天下希及之.)”
가을 비가 연일 내립니다. 아파트 보도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며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물 위로 물을 퉁기며 수인사를 보냅니다. 마치 수줍은 아이가 나의 등을 여린 손가락으로 두드리듯이. 안녕, 하고 말하는 듯 합니다. 유심히 떨어지는 빗물이 만드는 작은 파문을 바라보면서, 저 빗방울이 밭에 있는 내 작물에게도 인사를 하겠지, 밭이랑에 스며들어 배추며 무의 목마름을 채우겠지, 단단한 대지를 뚫고 들어가 수원(水源)을 이루겠지 상상해봅니다.
나는 노자 <도덕경>의 43장도 비내리는 고요한 아침에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리는 비를 보면 노자가 명상한 것들이 글로 남은 것이라 감히 상상합니다. 단단한 것이 생명을 살리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생명을 살립니다. 단단한 음식물도 부드럽게 만들어 넘겨야 소화가 됩니다. 소화가 되야 영양분으로 바뀝니다.
노자는 우주가 걷는 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물을 꼽았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좋음은 물과 같습니다. 단단함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이 세상을 만듭니다. 강변(强辯)하는 글보다 부드럽게 설득(說得)하는 글이 더 큰 주장이 됩니다. 흠 없고 틈 없는 글보다 어딘지 부족해보이는 글이 더 사랑을 받습니다. 차가운 태도와 단단한 논리로 채워진 글보다 부드러운 태도,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글이 감동을 줍니다.
비가 내립니다. 조용히 이 수화(水話)를 바라봅니다. 메모지를 꺼내 이 수화를 적어봅니다. 그리고 물과 대화를 나눠봅니다. 부드러운 기운이 내 몸으로 파고듭니다. 억지로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삶을 바라봅니다. 힘을 빼고 글을 써보세요.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