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47 :좌치(坐馳)와 좌정(坐定)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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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재미난 일이 많이 있습니다. 가족들과 여행을 하거나, 친구들과 맛난 걸 먹거나, 아이들과 놀이동산을 갈 수 있습니다.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나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절말 쏠쏠한 재미입니다. 혼자가 아니라서, 혼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하지만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골똘히 생각을 하거나, 길을 걸다가 문득 생각이 나거나, 독서를 할 때 감동받은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자신에게 생각나는 부분을 책이나 노트에 적는 일들은 혼자서 해야 합니다. 같이 있더라도 결국 그러한 일은 오로지 혼자만의 몫입니다.


독서클럽을 만들어 같은 책을 읽고, 서로가 느낀 점을 나누고,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나 내용을 배울 수도 있지만, 글을 쓸 때에는 오로지 혼자서 써야 합니다. 남이 생각해줄 수 없고, 남이 깨달아줄 수 없고, 남이 밑줄을 그어줄 수 없고, 남이 써줄 수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일은 오롯이 혼자서 해야합니다. 특히 긴 글을 쓸 때에는 번다한 주변 상황을 물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글쓰기는 단독자의 내면 활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절간의 수행과 같습니다.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홀로 용맹정진(勇猛精進)하듯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에 자신을 가둔 채 홀로 외로운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설령 카페에서 글을 쓴다고 해도, 글쓰기에 집중하는 순간만은 주변이 진공상태인 것처럼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노래소리도 멈추고, 주변의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오롯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며 글을 써내려갑니다. 글쓰기를 마치면 진공상태는 저절로 풀리고 음악소리도, 대화소리도 다시 들릴 것입니다만.

앉아서 노트를 펼치거나 컴퓨터를 켠다고 저절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앉아있어도 마음이 분주하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장자는 이렇게 앉아서도 마음이 분주한 상태를 ‘좌치(坐馳)’라고 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앉아서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를 불가에서는 ‘좌정(坐定)’이라고 합니다. 글쓰기의 밀도는 이러한 상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고요하게 멈추십시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마십시오, 그 자리를 지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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