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46 : 작가의 조울증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기분장애 중에는 조증(躁症)과 울증(鬱症)이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대부분 이 장애가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심해지면 위험해집니다. 기분이 들떠 자신감이 넘치고 활동적인 상태와 마음이 우울하고 가라앉는 상태가 일생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이를 조울증이라고 합니다. 조울증은 보통 조증기보다는 우울기가 더 자주, 더 오랜 시간 지속되고, 젊은 나이에 시작되어 자주 반복되고, 감정 기복도 심해지고 충동적인 행동도 동반되며,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자는 형태로, 또는 그 반대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때는 에너지와 의욕이 넘쳐 덜 자고 덜 먹어도 머리 회전이 무서울 정도로 빠를 때가 있습니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뚝딱 쓸 수 있을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글을 써대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시기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글 쓰는 재미도 떨어지고 의욕도 없고, 집중이 안 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후회와 자책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작가의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정말 죽을 만큼 글이 안 써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정말 딱 죽고 싶을 때지요.


보통은 슬럼프에 빠진다고 말하기도 하는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달래며 위로해야 합니다. 글이 안 써지는 것은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스스로에게 “그럴 수도 있어”라고 위로합니다. 천천히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또한 지나갈 거야”라고 말합니다.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작가는 초인이 아니라 보통사람입니다. 보통사람이 아닌 상태로 진입해야 글이 써지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임을 인정한 가운데에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글이 조금 잘 써진다고 우쭐해하거나, 안 써진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 써지다가 안 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뻑도 안 되지만 자학은 더더욱 안 됩니다.


잘난 상태도 내 상태이고, 못난 상태도 내 상태입니다. 모두가 다 내 모습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숨을 깊고 들이쉬고 내쉬면서, 하루하루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됩니다. 글은 때로 손님과 같아서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하지만 한 명도 안 올 때도 있습니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 아무도 오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울이 모든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받았다가 보내듯이 그렇게 맞이하고 보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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