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으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광장》의 작가 최인훈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작품을 수정하고 개고하여 다시 책을 만듭니다. 이와 반대로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은 자신이 쓴 소설은 다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태도는 얼핏 보면 반대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깊이 보면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써놓은 글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다시 쓰기는 이전 쓰기를 지우는 일이고, 다시 보지 않기는 이전 쓰기를 잊는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것을 지우고 새로 쓰는 일도 용기이고, 한 번 쓴 것을 거들떠 보지 않는 것도 용기입니다.
인생에 완성이 없듯이, 글쓰기 또한 그렇습니다. 완벽한 작품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삶이나 글쓰기나 모두 미완(未完)의 과정일 뿐입니다. 이 미완의 과정을 고치며 나아가거나,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지식중계인을 자부하는 유시민은 1988년에 썼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2021년에 전면 개정하여 다시 내놓았습니다. 물론 1995년에 개정판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는 부분 수정과 보완 정도에 그쳤던 것이고, 2021년판처럼 전면 개정하여 새로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80년대 청년 유시민과 2021년 초로(初老)의 유시민은 같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삶이 그렇게 흐르듯, 글쓰기 또한 그렇게 흐릅니다. 지우거나 새로 쓰거나.
2010년도에 열반한 법정 스님은 불교적 에세이로 무소유(無所有)의 가치를 널리 전파한 수필가였습니다. 그는 유언으로 자신이 쓴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듯이, 자신의 책도 그러한 운명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물론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스님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스님의 청빈한 태도는 그의 책을 통해 계속해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버리거나 사라지는 일은 마이너스의 태도이지만 그 결과는 풍성한 플러스를 만들어냅니다. 지저분한 방을 대청소하였을 때의 상쾌함을 상상해보십시오. 집착이 사라지면 여유가 생깁니다. 여유가 생겨야 새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거나 실패한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은 미래를 개척할 수 없습니다. 거주에 집착하는 사람은 여행을 떠날 수 없습니다. 글쓰기도 그러합니다. 자신이 써놓은 글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지우는 일도, 버리는 일도 창작의 일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