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53 : 꾸밈보다 중요한 것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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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을 하다보면 책을 쓰고자 하는 글벗의 고민 중에 가장 큰 두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나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특출난 경험이 없는데 책을 낼 수 있을까? 둘째, 나는 전문적인 작가처럼 문장력이 뛰어나지 않은데 책을 쓸 수 있을까? 첫째가 내용의 문제이고, 둘째는 형식의 문제인데요. 저 역시 늘상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같이 글을 쓰는 친구에게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요. 할 수 있지요. 할 수 있고말고요.” 이렇게 말하는 근거를 좀더 말해야겠네요.


첫째, 전문적인 지식이나 특출난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엘리트주의(elitism)의 병폐입니다. 엘리트주의는 소수의 지배자와 그렇지 못한 대중으로 구분하고, 지배자에게 통치를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계층적, 하향적 통치질서를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문단에서도 그래서 학벌을 따지고, 학연을 강조하는 못된 인간들이 많습니다만 이는 극복되어야할 것이지 지향해야할 태도는 아닙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해야하는 책에서는 전문성이 가장 핵심적 가치가 되겠지만, 세상의 책은 전문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삶에 충실한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출한 경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범을 넘어선 비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평범한 삶이라고 특출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에게는 자신의 고유하고 개성있는 삶이 있고, 그 고유성과 개성이야말로 특출의 조건이 됩니다.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정성껏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기만 해도 충분히 책이 됩니다.


둘째, 뛰어난 문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얻게 되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본래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존경하는 작가들도 습작의 시절이 있었고, 자신의 쓴 글을 수십 번 고쳐 쓰는 퇴고의 과정을 거칩니다. 즉 문장력은 과정의 산물(産物)이지 천상의 선물(膳物)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뛰어난 문장력이 오히려 글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뚝배기보다는 장맛이라고 문장이 그릇이라면 내용이 장입니다. 아무리 문장력이 좋아도 그 내용이 부실하고 거짓되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내용 없이 화려한 문장으로 승부하는 글은 금세 물리고 맙니다.


많이 안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적게 안다고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닙니다. 앎의 크기는 글쓰기와 직결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앎이 적어도 그 앎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삶을 통해 살아가면 됩니다. 멋진 문장, 화려한 문장이 좋은 글은 아닙니다. 소박한 문장, 담담한 문장으로도 얼마든지 공감과 감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있는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키우고 가꾸는 게 백 번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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