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뎍경>
글쓰기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그 중에 가장 까다로운 것이 글의 분량입니다. 특히 요청받은 글들은 이 분량을 엄격하게 지켜야합니다. 5년 넘게 지역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인데, 분량은 정확히 A4 용지 한 장입니다. 물론 글자 크기, 자간과 장평, 여백을 지정해줍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분량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 놓고 쓰다 보면 글이 길어지게 됩니다. 나는 일단 편하게 씁니다. 그러고나서 분량에 맞춰 불필요한 문장, 중복되는 문장을 지우고 늘어지는 문장을 줄입니다. 그렇게 쓰다보니 이제는 별로 고치지 않아도 분량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같이 쓰는 문우들에게도 분량에 맞는 서평이나 칼럼 쓰기를 요청했습니다. 자기만 보기 위한 글이 아닌 이상, 원고 청탁을 받거나 투고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분량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제약에 갑갑해 하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아니 오히려 분량의 제약이 없을 때 더욱 힘들어 합니다. 쓰고 싶은 만큼 알아서 쓰라는 조건이 가장 힘들고 까다롭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연습의 힘입니다.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글은 제약이지만 혜택이기도 합니다. 4각의 링이라는 제약이 있기에 공정한 룰을 적용할 수 있고, 원형의 빙판이 있기에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가능한 것처럼 분량이 정해져 있기에 압축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집니다. 많이 쓴다고 잘 쓰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압니다. 밥을 많이 먹는다고 잘 먹는 것이 아님과 같습니다. 글쓰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잘 적용하면서 글을 써보는 훈련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A4 한 장 쓰기, 두 장 쓰기, 세 장 쓰기를 연습해 봅시다. 원고지 분량으로 치면 1000자 쓰기, 2000자 쓰기, 3000자 쓰기를 해봅시다. 자신이 읽은 글이나 쓴 글을 축약하는 연습도 유익합니다. 서평 쓰기의 경우에는 전체적 흐름과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서평쓰기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제약이 되기도 하고 혜택이 되기도 하는 것이 분량의 역설입니다. 인생사가 그렇듯이 고통이 삶의 무늬를 만들어내고 삶을 단련시키기도 합니다. 글쓰는 사람에게 분량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분량을 선용(善用)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