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독서노트 2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자읽기

박영규, 《장자, 경계와 융합에 대한 사유》(푸른영토, 2021)

by 김경윤

함민복 시인의 말처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그만큼 경계는 아름답다. 그러나 경계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배제와 구분선이 아니라 통합과 융합이라는 변증법적 지양과 창조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7쪽)


겸손과 경청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향해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113쪽)

<장자>는 철학 책인 동시에 심리학 책이다. 구만리 창공을 나는 대붕도 마음의 조화이고, 꿈에서 장자가 나비로 변하는 꿈도 마음의 조화이다. 장자도 프로이트와 융처럼 마음 속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고 봤다.(132쪽)


박영규라는 이름의 동명이인이 많다. 검색창에 제일 떠오르는 탤런트 박영규가 있다. 또 《한권으로 읽는~》 시리즈로 유명한, 주로 왕조실록을 쉽게 풀이한 대중 역사 저술가가 있다. 왕조실록이라는 원 소스를 이용하여 수많은 저서로 남겼고, 지금도 관련 책을 정력적으로 쓰고 있다. 한편 노자, 장자, 주역,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문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치학 박사 박영규가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 <노장주 TV>를 운영하면서, 최근에는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와 《장자, 경계와 융합에 대한 사유》를 썼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맨 마지막 인물, 정치학 박사 박영규의 《장자, 경계와 융합에 대한 사유》(푸른영토, 2021)이다. 이 책은 저자가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연재한 칼럼을 보완하고 다듬어서 나온 단행본이다. 연재하는 코너의 특성상 <장자>의 내용을 비즈니스의 영역에 적용하다보니 아전인수격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철학적, 전체적 맥락에 따른 해설이 아닌 철학적 내용을 비즈니스 영역과 연결시키다보니 생겨나는 무리수(?)가 없지 않았다. 예를 들면 장자의 기본적인 삶의 태도는 성공과 명성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는데,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사례로 드는 인물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영역에서 성공하고 명성을 남긴 사람들이었다. 이때 느껴지는 심리적 이질감은 참으로 어색했다. 그럼에도 첨단 비즈니스는 기존의 관습과 전통을 의심하고, 불확실하고 위험한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하게 도전한다는 점에서 장자철학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장자 역시 당대의 통념을 의심하고, 지배적인 사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넘어서려 했다는 점에서 첨단 사상가임에 분명했다.


이 책은 장자의 고전적 내용을 현대화하여 적용해보려는 노력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이 맞는 적용이었는지 부족한 적용이었는지 틀린 적용이었는지를 정확히 판정할 절대적 판결자는 없다. 나 역시 심리적 저항감이 있었지만, 저자의 용감하고 참신한 적용태도을 보며 장자독법의 영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였다. 심지어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써야할 장자관련 책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한편 이 책은 분명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경영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이 주리라 생각한다.


장자가 이러한 현대적 작업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저술이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재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슬그머니 웃으며 용인할 것이라 생각한다. 장자가 자신의 책을 썼을 때에도 분명히 이런 놀이적 측면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에도 너무 엄격한 학문적 태도로 바라보기보다는 조금은 느슨한 태도로 다양한 정보의 조합을 감상하며 즐기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저자 박영규의 해박한 지식과 이를 연결하는 솜씨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독자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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