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글쓰기 교과서에서는 문단은 통일성, 연관성, 유연성, 완결성이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통일성이란, 한 문단에서 다루는 주제(topic)은 하나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얼굴을 묘사하는 문단에 갑자기 손이나 발 이야기가 나오면 통일성을 저해하는 문장이지요. 이 손발 문장은 얼굴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과 어떤 연관도 없어요. 뜬금없는 문장이고 삭제해야 할 문장인 셈입니다. 유연성은 글의 흐름과 관련된 것인데, 얼굴을 묘사할 때 얼굴 모양, 눈, 코, 입, 귀 순서로 쓰면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얼굴 모양, 귀, 코, 눈, 입 이런 순서로 묘사하면 어색해요. 시선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하게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완결성은 얼굴에 포함되는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써야 한다는 겁니다. 눈이나 입이 빠지면 얼굴이 완결되지는 않으니까요.
이건 묘사의 문제이고요. 논리적인 글을 쓸 때에도 주장만 있고 논거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논거와 주장과 관련이 없거나, 주장을 뒷받침할 강력한 논거가 없다면 글로는 부족함이 많겠지요. 부족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문장의 순서가 어색하면 물흐르듯이 읽히지 않고, 글이 술술 읽히지 않으면 설득력이 부족하게 됩니다. 일단 지루하니까요. 글쓰기는 다루는 영역을 분명히 하면서, 부족함 없이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하는 거지요. 말이야 쉽지만 사실 글을 쓰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띠게 됩니다.
그래서 글쓰기 차원에서도 임기응변(臨機應變)이 필요하게 됩니다. 임기응변을 남을 속이려는 마음이 아니라 부족함을 보완하려는 정성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어쩌면 글쓰기의 임기응변은 미팅 전의 마지막 화장술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만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지요. 화장실에 가서 용모는 단정한지 잡티나 흠은 없는지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것지요.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고, 잘못된 부분은 지우는 행위가 바로 임기응변입니다.
자동차가 부드럽게 굴러가려면 윤활유가 필요하듯이, 글이 술술 읽히려면 임기응변이 필요합니다. 윤활유 없이 자동차를 억지로 굴리면 엔진이 과열되고 결국 운전이 불가능하듯이, 글쓰기에 임기응변이 없다면 글이 잘 읽히지 않고, 억지로 읽는다고 하더라도 글이 뻑뻑해서 중도에 글읽기를 포기하게 되겠지요. 결국 글쓰기의 관건은 임기응변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퇴고가 될 것이고, 편집자의 관점에서는 교정과 교열이 되겠네요. 무엇이 되었든 글쓰기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