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59 : 글쓰기 다이어트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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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식당에 수많은 음식이 있지만 다 먹을 수 없습니다. 소화불능이기 때문입니다. 냉장고의 재료를 모두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요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머리 속에 담긴 이야기를 모두 글로 쓸 수 없습니다. 집필불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뷔페에 가더라도 욕심을 줄이고, 자신이 먹을 수 있을 만큼 그릇에 담습니다. 냉장고에 산해진미의 재료가 담겨 있더라도 요리에 필요한 재료만을 골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듭니다. 머리 속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도 글 한 편 쓸 때에는 꼭 필요한 정보와 아이디어만을 뽑아 써야 합니다.


한편 글을 쓸 때에도 넉넉히 표현하는 것보다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는 것보다 조금 모자란 듯 써야 합니다.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여유의 공간에서 독자들은 자유를 얻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함께 하는 그 자리에 늘 적절한 간격을 두어, 하늘의 맑은 바람으로 하여금 그대들 사이의 충분히 춤추게 하라.”라고 말합니다. <도덕경> 73장에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기지만 빠트리지 않는다. [天網恢恢 疏而不失]”이라 했습니다.


사람들의 관계도 간격과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글쓰기에도 간격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문장과 문장이 너무 촘촘하면 독자의 개입이 불가능합니다.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주장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는 것은 좋은 글쓰기 태도가 아닙니다. 함께 질문하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글의 형식적 측면에서는 문장을 아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문장을 써서 표현하기보다는 적절한 분량의 문장을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중언부언(重言復言)보다는 간단명료(簡單明瞭)한 표현이 힘이 됩니다.


글쓰기도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도, 글을 쓸 때에도, 글을 정리할 때에도 다이어트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재료(글감) 선정에서 요리(집필) 과정, 마지막으로 플레이팅 과정(퇴고)에 이르기까지 넘치지 않고, 여유롭게 글쓰기를 실천합시다. 다이어트의 원리가 조금 부족하게, 조금 여유롭게 식사하는 것이라면, 글쓰기의 원리도 똑 같습니다. 조금 부족하게, 조금 여유롭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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