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69 : 작가는 독자와 함께 춤을 춘다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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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수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선호하는 영화는 교육과 예술을 소재로 하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춤이 나오는 영화는 그 아름다운 동작들에 넋이 빠지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영화가 야큐쇼 고지가 주연한 <셀 위 댄스>와 알 파치노가 주연한 <여인의 향기>입니다. 두 영화다 전문 춤꾼들의 춤이 아니라, 교사(전문가)와 학생(초보자)이 춤을 추면서 인생을 배우는 영화인데, 춤을 잘 추는 교사는 학생의 수준에 맞춰 춤을 이끌어갑니다. 이때 교사의 리드 실력이 바로 학생의 실력을 늘게 하는 포인트인데, 좋은 교사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 않고, 학생의 상태에 맞춰 춤을 추게 합니다. 그러면 어느새 학생은 춤에 흥미를 느끼고 춤에 빠져들게 됩니다. <쉘 위 댄스>에 나오는 직장인이자 중년의 나이인 남자 주인공이 사교댄스에 빠져 시도 때도 없이, 장소 불문하고 춤을 연습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요.


꼭 맞는 유추는 아니지만 교사와 학생, 전문가와 초보자의 관계가 작가와 독자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해야겠지만, 그 방식이 일방적이어서는 안됩니다. 마치 두 사람이 춤을 추듯이, 서로의 스탭을 맞춰가며 독자에게 글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야 합니다. 일단 글에 대한 흥미가 유발되면 어느새 독자는 스스로 글을 읽게 될 것입니다. 마치 춤에 빠져든 남자 주인공이 시도 때도 없이 춤연습을 하듯이, 글에 빠져든 독자는 시도 때도 없이 장소불문하고 글을 읽게 될 것입니다. 독자를 능가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독자가 빠져드는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책의 성공(?)은 3T에 달려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시기(time), 제목(title)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독자층(target)입니다. 마지막 독자층에 주목하자면, 내가 쓰고 있는 글을 누가 읽을 것인가? 누구에게 읽힐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여 읽히는 작품도 있지만, 특정 세대와 성별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작품을 쓰는 것이 유용합니다. 일종의 눈높이 집필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작가가 독자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서 글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글이 다루는 분야에 낯선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쓰라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독자와 춤을 추듯이, 차근차근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나중에는 독자가 스스로 글에 빠져드는 글을 쓰면 대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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