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농사를 짓다보면 모르던 것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면 텃밭상자에서 키우는 상추와 텃밭에서 키우는 상추가 질감과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 왜 그럴까요? 상자에서 자란 작물들은 뿌리를 상자의 깊이 만큼만 내리는 반면, 텃밭에서 자란 작물들은 그 뿌리를 원하는 만큼 깊이 뻗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땅 위에 자라는 높이 만큼 땅 아래로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길이가 거의 같게 됩니다. 나무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높이 자라는 나무일수록 그 뿌리가 깊습니다. <용비어천가>의 첫 구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꽃이 아름답고 열매를 많이 맺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실한 농부는 열매를 탐하기 전에, 땅을 가꾼다고 하네요. 땅이 좋아야 작물도 튼튼히 자라니까요. 그렇게 작물을 키울 때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지치기인데요. 잘 자란 가지들을 남겨놓고 여분의 가지를 잘라주면, 남아있는 가지들이 수분과 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아 튼튼하게 자라게 됩니다. 땅을 가꾸는 일이나 가지를 치는 일이나 모두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겠지요.
글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글로 표현되기 전에 글밭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독서와 관찰, 대화와 명상 등은 좋은 글밭을 가꾸는 기본동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글밭에 풍성해야 거기에서 좋은 글들이 자라게 됩니다. 표현된 글을 세워주는 수많은 침묵의 글들이 있습니다. 보이는 글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글이 중요합니다.
또한 쓸모 없는 글들, 삼천포로 빠지는 글들을 아깝더라도 잘라내야 합니다. 일종의 글의 가지치기지요. 그래야 글에 중심이 서고, 뜻있는 글이 살아남게 됩니다. 중심 생각이 튼튼히 서고, 의미 있는 문장들이 그 중심생각에서 가지를 뻗을 때, 독자들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글을 읽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글쓴이의 생각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니 작가들이여, 변방에서 변죽만 울리지 말고 글의 중심으로 진입하세요. 글의 중심을 정확히 세우고, 그 중심을 벗어나지 마세요.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의미있게 전달하도록 힘쓰세요. 겉만 번지르르한 화려한 문장보다는 중심이 있는, 뜻 있는 문장을 쓰도록 노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