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71 : 모름의 확산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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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을수록 모르는 것들이 많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 오만했던 지성(知性)이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지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모르게 됩니다. 원이 커지면 커질수록 원둘레가 길어지는 것처럼, 앎이 커질수록 모름도 확산됩니다. 그래서 인류사의 최고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뉴튼도 “세상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바닷가의 모래알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무지를 자랑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무릇 세상에 대하여 가장 넓고 깊게 탐구해야하는 지(知)의 탐험가이며, 그 탐험을 멈추지 말아야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매번 지적 갈증을 느끼며, 새로운 것들을 더욱 알려고 노력해야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지식의 탐구는 완성되지 못하고 매번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놓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아는 게 힘”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중국의 현자 노자는 아는 것이 때로는 병이 된다고 말합니다. <도덕경> 71장은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이 최고. 아는 것을 알지 못함이 병.[知不知上, 不知知病.]”이라 말했습니다. 앎의 한도를 초과하여 아는 체 하는 것을 비판하는 말입니다. 차라리 모르면 아는 체도 못할 텐데, 알량한 지식으로 아는 체 하는 것이 중병입니다. 더한 것은 자신이 병에 걸린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병자가 병자임을 알면 아무 문제 없지만, 병자가 병자임을 모르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러니 글을 쓰는 이들은 자신의 앎의 한도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공자님 말마따나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라고 하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는데, 모르는 것조차 아는 체하면 그야말로 낭패(狼狽)입니다. 앎의 한도를 알아 아는 체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마십시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위험에 빠지지 않습니다.


모름은 앎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모름과 가까이 하십시오. 모름의 영역을 확장하십시오. 몰라야 알고 싶어집니다. 몰라야 물을 수 있습니다. 물어야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답을 징검다리 삼아 다시 묻고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모름의 영역이 확산될 때, 우리는 어리석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지혜롭게 변신합니다. 노자가 보장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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