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72 : 빙산이론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원고지 노자명상 1072.jpg

작가의 작품과 독자 사이는 묘한 긴장관계가 있습니다. 마치 미팅과 같다고나 할까요. 미팅을 나갔는데 상대방이 너무 말이 많으면 끼어들 여지가 사라져 오히려 지루해질 때가 있지요. 그 반대로 뭐라도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서로 말없이 주뼛거리면 분위기가 썰렁해지고요. 티키타카가 잘 되어야 미팅 분위기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지요. 마찬가지로, 작가는 작품 속에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아야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시콜콜하게 모든 이야기를 다 담다보면 독자가 상상할 영역이 사라져서 작품이 지루해지거나 뻔해질 수가 있지요. 애매한 표현이지만 ‘적당히’ 해야 합니다.


헤밍웨이도 작품을 쓸 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의 글쓰기 이론 중에는 ‘빙산이론(iceburg theory)’이라는 게 있는데요. 헤밍웨이의 말을 직접 들어보지요. “난 늘 빙산 원칙에 따라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마다 물 밑에는 8분의 7이 있죠. 아는 건 뭐든 없앨 수 있어요. 그럴수록 빙산은 더 단단해지죠. 그게 보이지 않은 부분입니다.”


빙산이론은 한 마디로 생략할 수 있고, 생략해야할 것은 뭐든지 없애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데에는 여러 가지 비결이 있습니다. 글을 쓰다가 어떤 부분을 생략할 때, 그 순간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생략해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생략된 부분은 언제나 남아 있는 부분을 더욱 강력하게 해줍니다.” 헤밍웨이는 생략은 작품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힘이라 보았습니다. 이때의 생략은 독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독자에게 경험을 전달하는 데 불필요한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은, 이야기에 구멍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력으로 빠진 부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재미를 더 해줍니다.


초보작가들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해결하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독자들도 작품 안에서 놀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콘서트장에 가면 가수들이 때로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넘기기도 합니다. 이때 관객들이 떼창으로 화답하면 콘서트장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되지요. 가수가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듯이, 작가도 독자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넘겨야 글이 재미있어 집니다. 작가는 잠시 물러서고 독자가 앞으로 나서는 짜릿한 순간이지요.

작가의 이전글노자의 작가론 71 : 모름의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