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73 : 생명의 간격 문장의 간격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봄입니다. 주말농장에서는 5월 5일 어린이날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모종심기를 합니다. 고추며 가지며 오이며 토마토 온갖 쌈거리들의 모종을 사서 잘 고른 밭에 질서있게 심는 것은 밭농사의 중요한 일정이지요, 그런데 처음으로 농사를 배우시는 분들은 욕심이 많아서 밭에 무조건 많은 모종을 심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심었다가는 작물이 자라는 여름부터 낭패를 겪기 쉽상입니다. 왜 일까요?
작물의 성장 속도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을 때에는 작물 사이의 간격을 잘 알아서 심어야 합니다. 작물과 작물 사이에 얼마만큼 띄워야 할까요? 그 간격이 일정하지는 않습니다만 노련한 농부들은 작물을 심을 때의 크기가 아니라 작물이 다 자랐을 때의 크기를 염두에 두고 간격을 만들어 심습니다. 예를 들면 상추의 경우에는 20~30센티미터면 충분합니다. 자라는 대로 겉잎을 잘라서 먹기 때문에 간격을 좁게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추나 오이, 호박 등은 간격을 더 벌여야 합니다. 대략 40~50센티미터의 간격으로 심습니다. 어떤 분은 넝쿨작물인 오이나 호박, 토마토 등은 1미터의 간격을 두고 심기도 합니다. 그래야 공기도 통하고 작물들끼리 싸우지도 않습니다.
과장해서 말해보자면, 소나무나 단풍나무 묘목을 1미터 간격으로 심으면 어떨까요? 처음에 자랄 때야 별 문제 없겠지만 2, 3년이 지나고 나면 낭패를 겪습니다. 가지끼리 부닥치고 난리가 납니다. 무릇 모든 생명은 생명의 간격이 있기 마련입니다. 동물로 쳐도 마찬가지입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수를 밀어넣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서로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닭이나 돼지, 소를 키우는 공장식 축산은 생명의 거리를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생명착취의 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생명의 거리를 말하기나 글쓰기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주어진 문장을 같은 속도로 읽는다면 로봇의 말하기에 다름 아닙니다. 말하기는 호흡, 속도, 음의 높낮이, 휴지 등을 고려하여,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빨리, 때로는 낮게, 때로는 높게, 때로는 크게, 때로는 속삭이듯이, 때로는 몰아치고, 때로는 멈추어야 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말하기를 잘 관찰하시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문단과 문단 사이에 간격이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간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띄어쓰기, 문단 나누기를 해야겠지요.) 글을 읽는 독자의 심리적 간격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문장 사이에 틈을 두어야 합니다. 독자들이 문장을 이해하고 음미하고 느낄 수 있도록 문장의 속도와 간격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를 문장의 호흡법이라 말해보면, 문장들도 숨쉴 수 있는 틈을 주어야 생명이 유지됩니다. 문장에 쉴 틈을 주십시오. 틈이 있어야 글이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