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이솝우화라고 기억합니다만, 까마귀 한 마리가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이 부러워, 그 주변을 맴돌면서 떨어진 공작깃털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모인 깃털로 자신의 깃털 사이에 끼워넣고, 자신이 마치 공작이나 된 듯이 공작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이를 본 공작들이 까마귀의 머리를 쪼며 공작깃털을 뽑아버립니다. 혼쭐이 난 까마귀는 다시 자신의 무리에게 돌아가지만, 이번에는 까마귀들이 그를 조롱합니다. 불쌍한 까마귀는 공작도 되지 못하고, 결국에는 까마귀들에게조차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한자성어에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도 있습니다. 호랑이의 앞을 걷던 여우가 다른 동물들이 자신을 보면 달아나자 그것이 자기 때문인 줄 착각하는 사태인데요.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여우와 같은 무리들을 비판하는 말이지요.
공작깃털은 공작의 것입니다. 호랑이의 위세는 호랑이의 것입니다. 결코 까마귀나 여우의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인냥 쓸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에서는 이 규칙이 너무도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표절(剽竊)이라는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표절이라는 한자어는 위험할 표(剽)에 몰래 훔칠 절(竊)이 합쳐진 말입니다. 따라서 남의 것을 빌려 쓸 때에는 그에 맞는 예절이 필요합니다. 출처를 밝히고 자신의 것이 아님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는 학계의 논문만이 아니라 문단계의 작품에서도 엄격하게 따지고, 잘못할 경우 엄청난 비난을 듣고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조심하고 조심할 일입니다.
물론 글을 쓸 때에 자신의 이야기나 주장을 더욱 강화하거나 문장을 세련되기 만들기 위해 유명한 문장이나 구절을 빌려 쓰기도 합니다. 인용(引用)이지요. 이렇게 인용할 때에도 조심해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쓰는 글과 잘 어울려야 합니다. 자신의 글과 격(格)이 맞지 않은 인용구는 오히려 자신의 문장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럴 경우, 과감하게 인용구를 빼야 합니다. 화려하고 좋은 문장을 빌어다가 채워넣는 글보다는 소박하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남의 글이나 권위를 빌어다가 아는 체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습니다. 잘난 체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못난 게 낫습니다. 독자들은 압니다. 아는 것과 아는 체 하는 것, 잘난 것과 잘난 체 하는 것의 차이를 말입니다. 남의 문장으로 글을 채우기보다 자신의 문장으로 차분하게 글을 쓰십시오.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이 오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