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글쓰기 75. 도박과 글쓰기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도박 영화를 보면 폐가망신하거나 폐인이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돈을 잃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돈을 잃고 몇 번 만회하려 하다가 멈춥니다. 진짜 위험한 사람은 처음에 돈을 따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요행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더 큰 돈을 물어버리려는 상대방의 작전에 의한 것이든 처음에는 돈을 따게 됩니다. 야금야금 따는 게 아니라 상상을 넘어서는 액수가 되어버리면 마치 세상의 온갖 행운은 자신의 것이 되는 양 여기게 됩니다. 자신이 정말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라고까지 착각하게 됩니다. 벌만큼 벌다가 판돈 챙기고 물러나야 하는데, 결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거기서 멈췄다면 당분간은 행운을 만끽할 수 있을텐데, 결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결국 다 털리고 빚까지 지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행을 겪었을 때 강제로 도박을 멈추게 됩니다. 죽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글쓰기에도 그런 위험한 행운이 있을까요?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있습니다. 이전에 쓴 책이 어느 정도 팔리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에서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옵니다. 그럴 때 돈 생각에 자신의 깜냥을 가늠하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해버리는 잘못을 범합니다. 그렇게 계약해 놓은 책들이 쌓이면 그 다음부터는 지옥이 펼쳐집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글쓰기라는 것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시간이 되면 생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탄탄대로 디딤돌이라 생각했는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걸림돌이 되어버립니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죽고만 싶어집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깜냥을 알게 되고, 계약을 물리고 계약금을 물어주고 신용을 잃게 됩니다. 정신줄도 살짝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본래의 속도와 태도를 회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작가들도 적지 않이 보았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잘 나간다고 생각할 때, 조심하십시오. 행운이 계속 오지는 않습니다. 글이 항상 잘 써지는 것도 아닙니다. 행운에 기대지 마시고, 자신의 글쓰기 루틴을 잘 관리하십시오. 무리하여 글쓰지 마십시오. 도박하듯 글쓰기 마십시오.
잘 써진다고 글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글은 기본적으로 아껴서 써야 합니다. 행불행과 상관없이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리듬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복이 줄어 들고, 행운이 오든 불행이 닥치든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됩니다. 하루에 밥 세 끼를 먹듯이, 그렇게 글을 쓰세요. 배고프다고, 먹힌다고 세 끼 밥을 한꺼번에 먹지는 마세요. 배탈이 나게 됩니다. 먹던 밥도 못 먹고 굶주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