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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Dec 22. 2022

서문쓰기 34 : 오래된 지혜에 기대어

- <글쓰는 마음가짐> (오도스, 2022) 서문

1.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글쓰기에 회의를 느끼거나, 글을 쓰다가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는 예비작가나 초보작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책을 여러 권 썼다는 중견작가들도 자주 겪는 일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거나, 출판한 책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다거나, 주변과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아서 당장 해야할 다른 일들이 산적해 있어서 ……. 이유를 찾자면야 수십 가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글을 계속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좋고 보람있는 찾아서 살 수도 있습니다.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생활에 큰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제가 글쓰기를 권장하는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 힘든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여 살아갈 방향을 정하고, 혼탁한 세상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그 문제점을 파악하여 글로 한 문장 한 문장 또박또박 써서 서로 읽다보면,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좋은 생각을 나누는 멋진 친구를 만나고,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지금 힘들더라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자고 망치더라도, 더디더라도, 지우더라도 계속 쓰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뒷걸음도 걸음이고, 제자리 걸음도 걸음입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근육이 생깁니다. 글쓰기 근육이 생긴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긴 겁니다.    

 

제가 이 책에 쓴 글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글쓰기에 막혔을 때, 글쓰기에 희의가 생겼을 때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이런저런 책도 읽고,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면서 그 생각을 정리하여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것들을 모아놓은 결과물입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제가 글쓰기의 스승으로 모시는 분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역사적 고전을 읽으면서 만난 분들은 모두 나에게 그들만의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노자와 장자를 가까이 두고, 그분들의 책을 밥먹듯이 꼭꼭 씹으며 읽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글쓰는 마음가짐>의 기본 정신은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 배운 것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적 관점에서 노자 <도덕경>을 정리하여 출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글쓰는 관점에서 노자 <도덕경>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다가 중간중간에 노자의 글이 자주 인용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오래된 지혜에서 글쓰기의 정수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3.

<책 쓰는 책>을 쓰고 나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습니다. 이번에 그 후속작으로 이 <글쓰는 마음가짐>을 여러분에게 선보이게 되어 참 좋습니다. 최근에 저와 같이 글쓰기를 나누는 문우들이 한 두 분씩 출간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글쓰기가 힘들고 지칠 때, 글이 써지지 않아 고개를 숙이거나 좌우로 흔들 때에도 다시 용기를 내어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근육을 키워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저와 그들에게 위로하고 권면하기 위해 쓴 글이지만 이제 여러분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양서현,<As you are> 33.0X33.0cm, 2022 

4.

오랜만에 저의 글을 읽고 단소리 쓴소리 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책의 표지에 근사한 하트 작품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준 양서현 작가님 고맙습니다. 어려운 출판현실에서 뚝심있게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오도스의 김하늘 대표에게 감사합니다. 아무 일 없이 편안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 절감하며 사는 나날입니다. 여러분의 평안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 12.

성석동 자유골방에서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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