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칼럼쓰기 1 : 아 유 오케이?

<고양신문> 칼럼 인터넷판(2023.1.20)

by 김경윤

새해가 되니 즐거우십니까? 삶은 좀 나아지셨나요? 기분은 어떠세요? 주변하고 관계는 좋아지셨나요? 연초에 계획하셨던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요? 별일 없이 잘 지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좀 우울합니다. 이 우울감이 현대인들의 기본값이라고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이 우울감을 더하네요.


작년 10.29 할로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끝났음에도 유가족들의 분노와 원성은 더욱 높아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모르쇠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참사의 원인규명과 이후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조사와 논의는 이후 과제로 넘어갔습니다.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더디 진행되고 있는 것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아름다운 청년들이 무참히 죽어간 사건은 찢겨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제가 이 정도로 우울한데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요? 상실감이 우울감을 낳고, 이 우울감이 치료되지 않으면 분노나 좌절감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삶의 선택을 할 위험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체활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부분은 가장 아픈 곳이라고 합니다. 신체에 아픈 곳이 생기면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몰리게 됩니다. 손톱 끝에 가시가 박히면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신체 전체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유추해 보건대, 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그 사회에서 가장 아픈 곳이 되겠지요. 10.29 참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픈 곳입니다. 이곳에 대한 치유는 졸속적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합니다. 대충 땜빵하거나 외면하고 넘어가면 오히려 상처는 더욱 깊어갈 뿐입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면 주변마저 감염시켜 사회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 갑자기 사고가 난 사람이 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달려가서 괜찮냐고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괜찮아질 때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그 곁에 머무는 것입니다.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네요. 그분들이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그분들이 고립되거나 외면되지 않도록 유가족을 지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작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모색해야겠습니다.


10.29 참사 이야기만 하다 보니 정작 우리 얘기는 못 했네요.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이 나를 심리적으로 힘들게 하지만, 나를 직접적으로 우울하게 하는 이유는 나이 탓인 것 같습니다. 올해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환갑(還甲)입니다. 제 주변의 동료들은 대부분 퇴직을 하고 인생의 전환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지요. 이룬 것도 없고, 이룰 것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자식들의 미래전망이 그리 밝지도 않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두렵기도 합니다.


평소에 나를 경험하신 분들은 내가 이번에 쓴 글을 보며 의아해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평소에 아무리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낙관적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불안과 상처를 외면한 채, 긍정과 낙관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빛이 밝을수록 어둠이 짙어가는 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오늘은 무엇보다 그동안 외면했던 나의 고통을 직시하고, 아픈 나를 끌어안고 나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괜찮아? 그리고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는 내 지인들에게도 묻고 싶네요. 그대들은 어떠신가요? 괜찮나요? Are you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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