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참새는 낮에 일해. 근데 올빼미는 밤에 일해.
산에서 호랑이는 낮에 일하는데 너구리는 밤에 일해.
냇물에서 붕어는 낮에 일하는데 구구리는 밤에 일해.
왜 그런지 묻지 마. 나도 몰라.
참새도 모르고 올빼미도 모르고 호랑이도 모르고
너구리도 모르고 붕어도 모르고 구구리도 몰라.
엄마도 몰라. 원래 그래.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 원래 그래.
그래서 우리가 밤에 잠을 안 자면 엄마가 '너 올빼미냐?'라고 하시잖아.
매일 올빼미가 사람처럼 낮에 일하고
매일 사람이 올빼미처럼 밤에 일하면
둘 다 온종일 몽롱하고 밥맛도 없어 먹지 못해서
비실비실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고.
원래 그래. 그래서 사람은 사람처럼 살아야 하고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살아야 해. 원래 그래.
냇가에 사는 구구리를 사람들이 멍텅구리라고 해.
사람이 손으로 잡아도 멍청하게 가만히 있어서 그러는데
사실 구구리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고 있는 건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그래.
밤중에 구구리가 얼마나 잽싸게 움직이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밤에 일하는 동물은 밤에 일해야 하고
낮에 일하는 동물은 낮에 일해야 해.
원래 그래. 그래야 모두 건강한 거야.
구구리가 멍텅구리가 아니라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멍텅구리야.
- 이윤엽, <밤에 일하러 가는 사람> 전문
이윤엽 작, <올빼미>
낮과 밤에 뒤집힌 지 꽤 오래되었다. 이런 걸 수면장애라고 하나. 아침에 부지런을 떠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밤중에 작업하는 야밤형 인간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해가 뜨고서야 집에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인간을 올빼미형이라고 해야 하나?
19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는데, 미네르바는 아테나의 로마식 명칭이고, 부엉이는 지혜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은 아레스와 아테나인데, 아테나와 아레스가 붙으면 아테나가 이기는 이유는 단연 지혜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 부엉이 맞나? 자료 사진을 뒤져보니 부엉이가 아니라 올빼미다.
어떻게 구별하느냐? 조사해 보니 재미난 구별법이 있다. 부엉이의 초성이 ㅂ이라 머리 모양에 양쪽으로 튀어 나왔고, 올빼미는 초성이 ㅇ이라 머리 모양이 둥글단다. 첨부사진을 보면 아테나 여신의 어깨에 올라앉은 새는 둥근 머리에 올빼미가 분명하다.
그런데 왜 '미네르바의 부엉이'라고 번역했을까? 살펴보니 올빼미나 부엉이나 영어로는 owl (독일어로는 eule)이다. 우리말로는 구별되지만 영어로는 구별이 안 된다. 그림자료를 살펴보면 올빼미라고 번역했을 텐데. 아쉽다.
우야둥둥. 이윤엽의 이야기 판화 그림책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를 야금야금 읽다가, 위의 시를 발견했고, 읽으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사실 과장이다. 누구나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의식하지 못했을 뿐.) 그래서 내가 "온종일 몽롱하고 밥맛도 없어 먹지 못해서 / 비실비실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된 정도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삶이 많이 꼬이고, 의욕이 많이 감퇴된 것이다. 이 만성피로와 의욕감퇴에 따른 우울증을 벗어나려면 수면습관부터 바꿔야 될 듯한데. 과연 내가 바꿀까? 아니면 그냥 멍텅구리로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