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일기 1 : 입도(入島)

2023. 7. 5.

by 김경윤

제주도에서 보기 드물게 쾌창한 날이다. 아침 10시에 가파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15분 만에 가파도에 도착하니 2주 동안 홀로 가파도에서 지냈던 친구가 마중 나와있다. 2주 만에 지인 방문이란다. 금상첨화로 친구의 중학교 동창 내외와 지인들 4명이 나와 같은 시간 배에서 내렸다. 겹경사라고나 할까.

나는 친구와 집으로 직행하여 짐을 풀고, 동창과 지인들은 1시간 동안 가파도를 산책하고 숙소로 찾아왔다. 가파도는 국내에 가장 낮은 섬이고 해발 21.5미터가 가장 높은 전망대다.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평지에 바다뿐이다. 천천히 걸어도 시간반이면 충분히 섬을 돌 수 있다. (둘레길이 4킬로가 조금 넘으니, 일산 호수공원 둘레 정도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친구동창이 대접(?)하는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다. 게다가 대낮에 마시는 막걸리라니. 차 없이 다리와 자전거로만 한 달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이런 혜택도 있구나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짐들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열었다. 와이파이가 터진다.^^ 줌수업에는 지장이 없겠구나 안도한다.

내가 지내려는 방은 원래 고양이 다섯 마리가 지내던 방이었는데, 내가 방문하는 바람에 고양이들은 별채로 옮겼다고 전한다. 별채로 가보니 사람이 지낼만한 곳은 아니다. 고양이는? 알 수 없다. 고양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내가 묵을 방에 들어가 있는데, 어미 고양이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온다. 원래 자기들이 살던 방이었으니 안 들어오는 게 이상하지. 괜히 미안해서 쫓아내지도 못하고 그저 나가기만을 바랐는데 새로 온 사람이 낯설었는지 잠시 후 다시 슬그머니 나가버린다. (아, 방에서 나는 이 낯선 냄새가 바로 고양이 냄새였구나. 방향제를 진하게 뿌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친구는 2주 만에 쨍한 햇볕이 들었다며 침구류를 거둬다 빨랫줄에 널어놓는다. 몇 시간 널어놓으면 뽀송뽀송해지리라. 사워를 시원하게 하고, 입고 왔던 옷들도 깨끗이 손빨래를 해서 널어놓는다. 첫날이니 머리 쓰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빤스 바람으로 냄새 안 나는 거실에서 낮잠을 한 시간 잤더니 개운하다. 친구가 산보를 하자고 한다. 아직 해가 따갑지만, 흔쾌하게 오케이를 한다. 걷고 또 걷는 일이 여기에 일상사리라.


(추신) 친구와 걸었던 길도 사진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