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일기 2 : 작업공간 만들기

2023. 7. 6.

by 김경윤

1.

어제 일찍 잠이 들었는지 새벽 1시 반에 눈이 떠졌다. 낯선 곳에서의 첫날밤은 항상 깊게 잠들지 못한다. 친구는 안방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거실의 잠자리에서 일어나 밥을 짓고 김치찌개나 끓일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시간도 너무 이른 데다가, 친구가 잠이라도 깨면 괜히 미안해질까 봐.

밖으로 나와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고양이 식구들도 기척이 없다. 어젯밤 길고양이가 들어와서 집고양이 부모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괜찮나 확인하려다 그것도 그만둔다. 괜히 얘들이 깨면 어쩌나 싶어서. 밖으로 산책을 나가려다 포기한다. 주위가 너무 조용하다. 다들 추무시고 계시는지.


2.

다시 잠자리에 들어 억지로 잠을 청한다. 아침 7시쯤 눈을 뜨니 이미 친구는 섬을 한 바퀴 돌았다며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바위에 붙어있는 거북손을 캐고 낮은 물에 널려있는 보말을 잡자고 한다. (가파도 체험의 일종인가?)

친구 따라 바닷가로 들어가니 파도가 슬슬 밀려온다. 친구는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면서 무릎까지 차오르는 파도를 질러 바위섬 쪽으로 걸어간다. (손에 과도칼 한 개와 비밀봉지를 들고 있는 우리 모습을 원주민들이 보면 우스꽝스럽지 않을까?) 친구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정말 거북손이 천지다. 친구는 그 바위틈으로 칼날을 넣으면 거북손을 채취한다. 나는 그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거들지도 않고 연신 사진만 찍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파도가 점점 더 높게 인다. 나는 친구에게 서둘러 나가자고 말한다. 괜히 스마트폰에 물이라도 들어가면 낭패라면서. 바닷가에서 나오면서 보말을 줍는다. 정말 천지가 보말이다. (따고 주운 것을 골목 어귀에 있는 식당 주인에게 보여줬더니 피식 웃는다. 거북손은 잘 못 따서 살점이 얼마 안 남았고, 보말은 너무 작은 것을 주웠다며 국물이나 만들고 버리란다.)

그래도 우리는 섬에서 처음으로 캐고 주운 식량(?)들을 당당히 들고 집으로 들어와 물에 담아둔다. 못 먹으면 구경이라도 할 량으로.

3.

그나저나 작업공간이 걱정이다. 친구는 식탁을 작업공간으로 쓰고 있는데, 나는 고양이방이 냄새가 나서 들어가기도 싫다. 그래서 궁리 끝에 거실에다가 탁자를 놓기로 하고 주인집 창고를 뒤져 탁자를 찾았다. 먼지를 닦고 물걸레질을 여러 차례 하니 제법 쓸만해 보인다. 거실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고양이방으로 옮기고 탁자를 들여놓고, 책과 노트북, 블루투스스피커와 사무용품을 정리하니 제법 작업공간 같다. 어제만 해도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멀끔하게 공간이 생기니 한 달 살이도 너끈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하루아침에 지옥과 천국이 오락가락한다.)

4.

기념이다. 산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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