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6 :코기타무스

2023. 8. 21.

by 김경윤

동녘교회 여름수련회 내내 나와 함께 한 책은 브뤼노 라투르가 쓴 《과학인문학 편지》였다. 쉽게 출간할 수 없는(?) 멋진(!) 책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 '사월의책'에서 2023년에 2판을 만들어 발행했다.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의 이 저자는 194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작년 2022년 75세를 일기로 타계한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학제적 조류를 이끈 과학기술학(STS)의 대가이며, 근대성 비판과 인간중심주의 해체에 토대를 둔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제시한 독보적인 사상가다."

그는 '행위자-연결망 이론'(Acter-Network Theory, 약칭 ANT)을 선구적으로 연구한 사회학자로 유명하다. "ANT가 제시하는 것은 인간-비인간의 결합들로 이루어지는 이 세계의 진정한 현실을 추적하여 분석하는 '결합의 사회학'이며, 여기에 기존 사회학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활로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아무도 이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인데,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밌다(!). 수업에 빠진 학생에게 과학인문학에 대하여 친절하게 수업내용을 요약한 6편의 편지를 모아놓은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을 과학분야의 서적이 독서계를 강타한 요즘 시점에 무엇보다 먼저 찾아 읽어볼 만한 명저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과학지식을 요약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첨부하는 베스트셀러류의 교양철학서보다 훨씬 유익하다. 왜냐, 최첨단으로 과학하는 모습을, 그 과학인문학자의 고민을 현장감 있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과학/철학'을 배우는 책이 아니라 '과학/철학하기'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지식을 던져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 손에 사유의 도구(무기)를 쥐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현장을 저자가 소개하는 방법을 따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픈 용기가 솟아난다. 그리고 나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으로 연결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최첨단 현상들이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연결된 현상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짜릿함이란!

과학을 아는 지식인이 아니라 과학인문학자로 살 수 있도록 초대한 이 책을 여러분에게 강추한다.

표지도 매력적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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