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띵똥"
새벽 5시에 울리는 알림 소리.
뭐지? 뭘까?
눈 비비벼 확인하니 새벽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문 앞에 놓여있다는 알림이다.
늦은 밤에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에 가져다주다니... 나는 참 신기하다.
나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엄청 신기하고 재미나다.
오늘 배송된 물건은 실내용 슬리퍼와 반숙 달걀이다.
어제저녁 무렵, 발바닥이 아프다던 남편이 실내화를 신어야겠다며 하는 말
" 당신이 사 오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사 오는 것이 낫겠지 "
행동 굼뜬 나를 은근 소리 없이 디스 하는 것이 아닌가.
당장 나가서 사 오고 싶은 오기까지 발동하지만, 내일 새벽을 기다려봐라 슬리퍼가 떡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쓸어내렸다.
슬리퍼를 꺼내 안방 문 앞에 놓아두고 내 것도 꺼내 신어 본다.
그리 비싸지 않은데도 만족도는 아주 좋다.
같이 배송된 또 하나는 딸 내 집에서 먹어보고는 감탄한 반숙란이다. 아니 이런 것도 살 수 있다니,
잘라놓으니 달걀노른자는 정 가운데에서 말랑하게 반만 익은 채로 식탐 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반숙란 한 개에 커피 한잔을 곁들이니 뜻하지 않게 우아한 블랙 퍼스트가 되고 만다.
가끔씩 해 먹는 마약 달걀을 할 때면 달걀이 너무 익어버리거나 덜 익거나하여 낭패를 보았는데 이런 아름다운 반숙란을 만났으니 얼마나 신기하고 신나는 일인가?
급기야는, 이른 아침에 마약 달걀 만들기에 돌입한다.
반숙란 10 개
열개를 꺼내 껍질을 까니 잘도 벗겨진다.
양념장 만들기.
-진간장 100g에 생수 100g을 섞고 설탕 50g 넣고 조청 한 숟가락 더하여 섞는다.
-홍고추 2개, 청고추 2개는 동글동글하게 썰어 살짝 씨를 털어 넣는다.
-통후추와 말린 생강 두 조각 띄우고 통깨 팍팍 넣으면 끝.
반숙 달걀에 양념장을 샤워하듯 골고루 뿌린다. 한두 시간 후 달걀을 뒤집어 주어 양념장이 골고루 배이게 한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남편의 아침 밥상에 올라간 마약 달걀.
아침에 달걀을 삶았냐며 맛있다고 냠냠냠, 양념간장도 맛있다며 냠냠냠,
말 한마디로 아내 속을 긁어놓은 줄은 꿈에도 모르는 남편, 아 님아 야속한 님아
그려~
잘 먹고
슬리퍼도 잘 신고
잘 살아봅시다.
아침 밥상에 올라 간 마약 달걀
반숙 달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