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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개복치 Jan 30. 2024

한국의 명수필을 읽고

어제는 동네 중국집에 갔다. 옆으로 미는 문을 열자 창가 아래 이연복 씨와 찍은 요리사 사진이 있었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주방장님이 유산슬 요리를 해주었다. 이연복 씨는 제자가 수 백 명인가. 우리 동네 다른 중국집도 이연복 씨와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밥 먹고 도서관 가서 수필집을 빌려왔다. 

브런치 글을 좀 잘 써보려고 수필 책을 빌려왔다. 밤 1시까지 봤고 놀라운 걸 찾아냈다.

이런 책은 처음이야. 


서문을 보자. 현대수필의 100년 역사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요새 들어 수필은 많으나 좋은 수필을 찾기 어렵다며 30여 년 교단에서 문학을 가르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엄선에 엄선을 거치고 글을 골랐다고 한다. 14년 동안 4번의 개정판을 낸 책이란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부터 격동기를 거치며 써온 글을 모아둔 글 모음이다. 읽다 보니 내가 배우던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들도 여러 개 보였다. 


이런 책은 처음인 이유. 

교과서에 실렸던 글들만 보자. 


일제 강점기이다. 일본인들은 한국 사람들을 막바지라 더 혹독하게 괴롭혔다. 일본 전쟁터로 끌어가고 먹을 것을 수탈하고 산에 나무까지 전부 베어 가고 고문해 대는 시기다. 근데 교과서 글에 나오는 글쓴이는 무슨 특권인지 전철 타고 백화점 1층에서 커피 콩알을 갈아서 향을 맡고 낙엽이 어떻니 가을이 어떻니 한참을 떠든다. 찾아보니 조선총독부에 서기로 잠시 근무하다 관뒀다고 한다. 아하. 근데 어떻게 한 편도 아니고 두 편이나 교과서에 실렸을까. 지금은 전시관까지 생겼다. 그 지역 관광 여행 필수 코스다. 


교과서에 실린 다른 글이다. 짝사랑 이야기다. 내 기억은 글에서 나오는 짝사랑하는 여자애가 대충 여고생 정도 되었다로 기억했는데 이게 뭐지. 다시 읽으니 내 기억이 틀렸다. 첫 시작은 열일곱 되는 봄, 일본에서 하숙하던 집에 눈이 예뻤고 웃는 얼굴을 하는 초1 어린 딸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니까 초1 어린아이였다. 그 어린 여자 애와의 이별에는 내 목을 안고 내 뺨에 입을 맞추고라 쓰여있다.... 어린아이잖아. 어떻게 이런게 교과서에 실렸을까. 찾아보니 일제 강점기 때 1930년대 우리나라 평균 여성 초혼나이는 17세다. 1912년 ‘조선 민사령’에는 남자 만 17세, 여자 만 15세라야 결혼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한국 명 수필을 읽고 이들의 이력을 찾아보다가 공통점을 깨달았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친일파가 청산이 안 됐다. 저 사람들이 친일파라는 소리가 아니다. 짝사랑 이야기를 쓴 작가는 찾아보니 친일 운동을 하지 않았으나 항일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했다고 전한다. 100년 역사라는 수필이란게 찾아보니 허무했다. 일제 시대에 일본에 넘어가 다수 공부하고 미국으로도 가서 공부하고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교수같이 명문대 교수를 했다. 그리고 무슨 동인지 활동하며 수필 글이란 걸 썼고 해방 후에는 그들이 힘이 있으니 교과서에 대량 자기 글을 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글을 읽어보면 그 당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외계에서 온 사람들 글 같다. 


우리는 친일파 청산이 안된 대가를 지금도 치르고 있다. 교육이 망해가는 대가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을 만들었다. 그럼 어떤 글이 교과서에 실렸어야 할까. 드물게 60편에서 서 너 편 정도 보석 같은 명수필을 찾아냈다. 이게 명수필이지. 


근데 그 작가의 인생을 따라가 보니 아우 눈물이 난다. 누구는 일제치하에서 백화점 커피콩을 찌어 돌아올 때 그 작가의 아버지는 일제치하를 견딜 수 없다며 자결했다. 어머니에 형제들은 일본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하다 형제들이 죽고 집안이 멸문지화 당하며 큰 고통을 겪었다. 글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다. 평범하고 가난한 이웃이야기를 적었다. 글에는 단어 하나하나가 바늘마냥 꽂혀있어 노트에 따로 적어놨다. 이 분 글이 교과서에 실어야 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자라야 했다. 안타깝게도 작가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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