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지않는개복치 Dec 18. 2023

글에서 힘 빼기


고등학교 때 친구가 첼로를 유명한 사람한테 사사받고 온 날이다.

유명한 교수에게 배우고 온 날 뭐 배웠어? 물어보니 


"응 힘을 빼래. 그거 배웠어."

"힘 하나 빼는게 1시간 당 50만원이나 받아?"

"이거 싼거야. 힘 빼는게 잘 안돼."


젊어서 그랬나.

어릴 때 글쓰면 글에 힘이 안들어갔다.

뭐라고 떠들지 내 맘만 급해서 적느라 바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나 신경 쓸 여유도 없고 내가 내 글에 눈치를 봤다. 

글을 잘 못 써서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고 소란스러워져도 

그냥 어쩌겠어하고 넘겼다. 


지금은 글에서 힘이 들어간다. 

세월에 떼가 묻은건지 쓰기 싫은데 적어서인지 뭔지 

힘이 들어가 시건방을 떨거나 까부는 것으로 나온다. 내 성격이 글에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글을 써놓고 아 기분 좋은 글을 좀 쓸껄. 아냐 그래도 누군가는 불편한 글을 적어야지

하다가 관둔다. 쓰고 싶은 글은 긍정적이고 밝고 훗하고 웃음이 나오는 글을 쓰고 싶다. 


힘을 좀 빼려고 이거저거 해보다 안나와서 

존댓말로 고치는 걸 했다. 이미 써놓은 글을 존댓말로 다시 고치는 중이다.

이렇게 반말로 쓰다가 문장을 존댓말로 고치면 초자아가 등장한다.

반말에서 나오는 글의 생기는 죽으나 좀 힘이 빼진다. 

지금처럼 문장이 끊기는 느낌이 아니라 사회적 자아가 튀어나오고 

저절로 떠들어대고 있으니 

좀 부드러워졌다. 

 

뜬금없이 화가 마크 로스코가 떠올랐다. 

죽기 전까지 6개월간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림으로 말을 하는 사람인데...

작가의 이전글 AI와 사람은 꽃처럼 키워야 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