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입장과 정의의 원칙

금수저와 흙수저의 논리

by 최정임

어린 시절, 몇 달을 모아야 살 수 있는 물건을 친구들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무리 없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우리 집은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세 자매에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 흔히 말하는 ‘부유한 삶’을 살 수는 없었다. 어린 마음에 돈만 있다면 내 인생이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우리의 삶은 출발점에서부터 다양한 경로로 나뉘어진다. 이 출발점은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과 무관하게,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이 출발점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보이지 않는 사회적 계층이다.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용어는 우리가 태어날 때의 경제적, 사회적 상태를 나타내는데, 이는 더 넓은 의미에서 우리의 삶의 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특권을 지니며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다. 다른 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하여 더 큰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적 구조가 정의와 공평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저 부유하다는 이유로, 출발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관계없이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는 일은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출발점이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면,
어떻게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으로, 우리는 정의의 원칙으로서 원초적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원초적 입장이란, 자신의 신분, 재산, 능력, 출신, 성별 등과 같은 모든 개인적 특성을 알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택한다면, 어떠한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롤스가 설정한 무지의 베일’을 연상케 하는 르네 마그리트 작 ‘연인들 1’(1928년).


무지의 베일을 쓴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세울 때, 우리는 가장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최대한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선택한다. 왜냐하면, 이는 자신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가장 공평하고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출생은 우연한 사건이지만, 누구나 최고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해질 경우, 사회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열악한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만 불평등이 주어지면, 그들은 노력할 이유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원래의 출발점'을 고려하여 불평등을 허용하되, 최악의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만 큰 혜택을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공평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의의 원칙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 이는 우리가 함께 향해야 할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의 구축을 위한 일련의 선택과 노력의 시작이다.



#철학자 존 롤스

keyword
이전 11화성찰되지 않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