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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Jul 11. 2022

그 아주머니들은 택시를 탔을까?

가까운 지인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한의원 일을 마치고 여천역에 도착하니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이런 한적한 곳에 어두움이 짙게 깔렸으니 택시가 얼마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택시 타는 곳에는 6-7팀 정도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한적한 곳에 어두움까지 짙게 깔렸는데 택시를 다 탈 수 있을까?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저 멀리서 택시가 온다. 그런데 택시 예약 표시 등에는 '예약' 표시가 깜박이고 있다. 맨 앞이 아닌 한참 뒤에 서 있던 일행이 나오며 택시를 잡아챈다. 줄 서는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 그다음 택시도 뒷 사람들이 타는 모습이 서너 번 더 연출되었다. 남은 사람은 처음부터 맨 앞에 있던 중년 여성 2명, 외국인 1명, 그리고 나. 


그 파란 눈 외국인조차 콜택시 앱을 이용하여 떠나버리고 상황을 알아차린 나도 앱으로 택시 1대를 부르고야 만다. 차 뒷좌석에 앉아 아직도 택시를 못 잡은 중년 여성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디지털디바이드. 세대에 따른 디지털 이용의 격차를 이르는 말이다. 아무래도 아날로그에 익숙한 노년과 중년층은 디지털 이용에는 젬병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대의 차이가 도덕적 가치관의 차이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대접을 받는다는 상식.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대접을 받는 현실. 약간의 지적인 우위가 우직한 몸뚱어리의 노력을 이겨먹는 모습을 보았다. 농경민족의 얼리버드 정신을 지금도 존중하는 나는 이 모든 게 어색하다. 그 아주머니들은 결국 택시를 탔을까?

(202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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