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역행자'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느낀 점을 말해달라 했다.
"날마다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봐야겠어."
"그런 변화가 뭐가 있는데?"
"그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어. 평소 안 다니는 길로 가 보는 것도 변화지. 커피집을 가는데 항상 가 던 데 말고 안 가 본 집을 갈 수도 있고."
세상에서는 단 하루 만에 일어나는 큰 변화에 목말라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흔치 않다. 머릿속 생각과 달리 현실은 눈에 보이지 않게 점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딴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자잘한 변화를 몸에 새기며 그 리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친구의 말에 힘입어 나도 자그마한 시도를 해 보았다. 집 근처 지하철 역은 2번 출입구를 통해 가장 많이 다닌다. 일부러 1번 출입구로 나왔다. 출입구가 다 같은 출입구가 아니었다. 계단 수, 통로가 꺾어지는 각도, 사람들의 수, 벽의 색깔 등등. 낯익음이 사라지고 낯섦이 주는 특유의 느낌. 도서관에서 한창 공부하다가 휴식 시간에 바깥바람을 맞을 때 느꼈던 청량함과 묘하게 닮았다.
오늘은 평소 먹던 녹차 대신 히비스커스를 우려 보았다. 원래 내 성향이라면 녹차 잎을 다 먹어치우고 히비스커스 통을 꺼내 들었을 것이다. 그러면 하세월이다. 일단 다관과 숙우, 찻잔을 씻었다. 다관에 히비스커스 잎을 넣고 30초 우린 후 숙우에 따랐다. 찻잔에 옮겨 맛을 보니 괜찮다.
순간의 행동에서 깨닫는 바가 있다. 지금까지 습관에 안주하면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회를 놓쳤을까? 이 깨달음 하나만으로 작은 변화는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2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