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25 아스타틴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여행 마지막에 친구가 건넨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SF단편 소설집을 만나게 되어 감사함을 느낀다.
작가의 역량이 정말 뛰어나다. 좋은 문장 역시 정말 많다.
다 읽자마자 같은 작가의 책 '먼저 온 미래'도 바로 구매해 읽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단편 중에서 '아스타틴'이 일품이었다.
통속의 뇌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다면 재밌을 것이다.
스포없는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천재 아스타틴은 엄청난 기술력으로 지구를 떠나 목성 테라포밍에 성공한다.
그리고 슈퍼컴퓨터 아스타틴머신에 기억을 이식한다.
이후 완전한 부활을 위해 자신의 DNA로 후보자들을 만들어 기억의 일부를 주입한다.
아스타틴은 시간이 지나 죽고 이제 후보자들중 하나가 '부활식'에서 선택을 받을 차례다.
모든 면에서 경쟁하여 가장 원본과 흡사한 하나만이 아스타틴이 될 수 있다.
아스타틴이 되면 온전한 기억을 백업받아 완전체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아스타틴은 후보자들이 정말 모든 면에서 경쟁하는 것을 원했다. 그들의 생존력까지도.
그리하여 아스타틴 후보자들은 목숨을 건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데...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떠나야 하는 것이다.
불사를 이루어낸다 해도 언젠간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날이 올 것이다.
사마륨 사건이 없었다 한들 아스타틴이 영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아스타틴 자신도 시간이 흐르면서 원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불멸은 본인보다도 그를 숭배하는 주변인이 더욱 원할테니까.
수천년을 산다면 20살의 나와 2000살의 내가 과연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데카르트는 말했다.
'사람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개별자의 생은 꿈에 불과하며, 죽음은 우리를 꿈에서 깨운다.'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
그것이 순리이다.
인간도. 인류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꾸었던 꿈도 언젠간 놓아주어야 하는 때가 온다.
내가 생각한 작가의 메세지다.
만약 싸워야 한다면, 그걸 알려주는 자가 없이도 알았을 것이다.
인간은 싸고, 무게도 백오십 파운드밖에 나가지않는 비선형 다목적 컴퓨터이다.
남을 속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연기하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먹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더라도, 누군가 몰래 물에 타놓은 그 약을 모르고 먹게 되는 것과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과 스스로 고른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듯한 인간을 처벌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타인의 마음은 우리에게 달보다 더 아득히 먼 곳.
많은 사람이 믿으면 그건 그대로 현실이 돼요. 화폐 같은 게 그렇잖아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나쁜일을 저지르는 것과 무덤덤한 사람에게 같은 짓을 저지르는 걸 구별해야 하는 걸까?
타인은 타인인채로 남아 있는 게 좋다.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용기를, 과거에 대해 책임감을 품어야 한다.
상상력이란 어떤 사안의 상징체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 다음 그 각각을 외삽하는 능력이야.
어차피 오래 사귀어도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에요, 끝까지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