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출근을 2시간 빨리 하기로 했다.

열에 하나 되기

by 밀크씨슬

갑자기 회사 출근시간이 2시간이 빨라진다면 어떨까?


사연은 이렇다.


지난 주말에 회사 현장직이 전부 물류센터쪽으로 이전해버렸다. 그랬더니 아침에 문을 열어주던 현장 관리자도 출근을 본사가 아닌 물류센터로 출근하게 되었다. 졸지에 본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없어서 잔류하는 사무직 중 누군가가 본사 문을 열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열쇠는 관리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본사에 남은 관리자 직군의 출근시간은 8시반, 늦은 시간은 아니나 회사의 특성상 배송시간이 중요하여 일부 부서는 6시반에 출근을 한다. 문제는 6시반에 출근하는 부서는 관리자를 만들 수 없어서 다른 부서에서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급한대로 간부님이 아침에 열고 닫아주겠다 하였으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이럴때 어찌 해야 하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할지 그려본다.


열에 아홉은 나에게 묻지 않는한 가만히 있다가 내게 제안이 오면 그때가서 명을 따라 그일을 도맡을지 아니면 반발하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수동적이다.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었다.

그리고 가만히 두면 해당 업무는 총무쪽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총무는 맡기 꺼려하는 눈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끌어줘야 할 소중한 후임이 내가 누워 자고 있을때 빨간 눈으로 홀로 나와있게 만들 수는 없다. 그건 너무 비겁하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로 했었다.


이렇게 뭔가 맘에 안드는 느낌으로 뭔가가 흘러갈때,

난 열에 하나가 되어보곤 한다.


열에 하나 맘에 든다. 하지만 누가 시키면 하고 싶다가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 인간이다. 나도 아직 그런 결함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기로 한다. 그래서 내 뜻과 다른 결정이 나오기 전에 바로 말을 꺼낼까 하다가 회수한다.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음을 평생을 걸쳐 배워오지 않았던가. 물론 앞으로도 실수를 하겠지만 적어도 이번은 아니었다. 먼저 내부자 회의를 통해 내 마음에게 신중함을 구한다. 우여곡절 끝에 내부자회의에서 열에 하나가 되기로 한 내가 이겼다. 하지만 방식은 좀 바꾸기로 했는데,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고 그냥 아침 일찍 나와서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원래 이런건 말보단 행동이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다음날 이미 챙겨온 키로 2시간 일찍 문을 연다. 그리고 이 글도 쓰게 되었다.

어제의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오늘의 내가 이루었고 내일의 나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난 지금 행복한 상태로 다른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행복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 끝 -







- 어제 시점 -


내 마음을 다스리며 신중함을 얻은 과정이다. 신중한 결정을 할때는 항상 내부자회의를 연다. 내부자회의를 열자 곧 나의 내면에 사는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많은 악마와 천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곧 여당과 야당으로 나뉜다.


내부자 회의 : 청문회


Q1 : 네가 살면서 아침에 시도했던 모든 것은 실패했었지. 너도 알잖아?

Q2 : 출근 20분전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는 주제에 그게 맞아?

Q3 : 충동구매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충동지원도 잘하는구만? 다음주에도 같은 마음일지 생각해.

Q4 : 힘들거면 너 혼자 힘들지 왜 다같이 힘들어야하나?

Q5 : 미련하게 그런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단다.

Q6 : 알코올 중독부터 해결하고 생각하는게 순서 아닐까? 어제도 두캔 마셨잖아?

Q7 : 생각보다 너무 피곤해서 본업에 지장이 오면 어쩌게?



내부자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들을 받았고 마치 국회의원 임금삭감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내몸 힘들게 하는 결정은 원래 격한 거부반응이 온다. 뾰족한 수가 없다면 이대로는 부결된다. 천사도 악마도 아무도 내편이 없다. 너무 불리하니 잠시 노래를 하나 듣고 오기로 한다.



노래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문장 하나를 찾아냈다. 다시 회의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박.


A1 : 항상 실패하던걸 성공하면? 게다가 명분도 훌륭하고 회사생활도 걸려있어. 얼마나 보상이 달콤할까?

A2 : 20분전에 일어나도 출근이 되는데 두시간전에 일어나면 더 좋겠지?

A3 : 충동이었으나 이 대화를 통해 충동이 아니게 됬네. 고맙다.

A4 : 세입자는 원래 권한이 없어. 지나면 모두에게 좋을거야.

A5 : 적어도 너와 나는 알겠지. 그리고 세상 모든 나쁜 일이 그렇듯 좋은 일도 점차 다들 알게 될 거야.

A6 : 반대로 이게 성공하면 알코올 중독도 해결할 수 있지.

A7 : 더 한 것도 이겨냈지 않나. 그리고 그걸 난 즐기잖아. 다시 한번 지옥에서 온 악마가 될 차례야.


다 정리했고 극복하기로 했다. 8시에 일어나던 내가 5시반에 일어나야한다. 할 수 있을까.




We are not afraid to make a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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