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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n 18. 2023

나는 그냥 봄봄이다.


난 침대에 누워 채널예스를 읽고 있었다.

"꺄똑!"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카톡으로 글을 하나 보내왔다.

"이 글 읽어봤어?"

잡지를 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초등 교사인 브런치 작가가 쓴 글이 이슈가 되었다. 육아의 신이라는 모 박사의 말을 비판하는 촌철살인의 글이었다.






어느 날 아이들을 실은 배가 가라앉았을 때. 나는 '나보다 학생들의 목숨이 먼저다.'라는 신념을 마음에 새겼다. 그즈음 체험학습을 간 영화관에 불이 나서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나는 그곳에 남겨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학교나 체험학습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체험학습이 다시 부활했을 때 학생들의 안전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체험학습을 마치고 나니 몸무게 1kg이 빠졌다. 물론 빠진 살은 무서운 속도로 회복되었다.


요즘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100가지 방법이 내 머릿속을 차지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눈빛 하나가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비 사이로 막가'면서 살아남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수업 시간에 노래하고, 소리 지르고, 휘파람 불고, 돌아다닌다.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학습권과 교권을 이야기한다. 중학교 1학년 아니고,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말이다. 아동 학대 교사로 지면에 화려하게 데뷔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나의 감정을 덜어내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그런 추상적인 말이 1학년 학생들에게 먹힐 리가 있나. '노래하지 마세요.'라는 안 추상적인 말도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내 말이 먹히지 않는 하루를 보내며, 교육에 대한 의심과 믿음 사이를 방황한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남편과 마주 앉아 우리나라의 교육과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이끌어갈 미래에 대해 꼰대들의 대화를 나누며 위로 받는다.


나의 하소연을 익히 들어 오늘의 교실 현실을 잘 아는 남편이 읽어보라며 브런치 글을 보내주었다. 세심한 사람. 글은 내가 가려웠던 곳을 콕콕 찾아 긁어준다. 시원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문제라고 느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답답하다. 시원하고 답답한 마음은 잠시다. 곧 또 다른 현실의 문제가 닥쳐왔다.    


 "자기는 왜 이런 글 못쓰는 거야? 다음 메인에도 뜨고 그랬다며? 매일 교실 문제 얘기하던데 글은 왜 못써? 브런치에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거야? 난 자기가 항상 하던 얘기랑 비슷하길래 혹시 자기가 쓴 글인가 했지."


옛날 옛날에는 깐죽거리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허나, 지금 이 사람은 넘지 말아야 할 선 위에서 브레이크 없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 나불거리를 조동아리가 슬로모션으로 보인다. 뇌에서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 제곱에 내 상체 길이 제곱을 더하면 내 다리의 길이 제곱. 계산이 얼추 나온다. 이것이 바로 생활 속의 수학, 스토리텔링 수학이다. 오늘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연구하다 실수로 유연한 다리를 뻗어 누군가의 입을 발꼬락으로 꿰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친다. 샷다 마우스.


남편에게는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웠다. 그간 굳이 묻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았던 내 브런치 네임을 공개했다. 그 사람 나 아니라고, 난 '봄봄'이라고. 제주도 사람 육지 왕 사는 얘기, 스케이트 못 타는 얘기... 뭐 그런 글 쓰는 '봄봄'이라고. 갑작스러운 자기소개는 조금 부끄럽다.


유효기간…만료라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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