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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개별주식 트레이딩을 한다는 것은?

투자에 대한 생각

by the 샵 Shi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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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 내가 전업투자로 먹고 살며, 제법 성과도 좋아 적어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산다는 얘기를 하면, 어김 없이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뭘 사야 하는데?”

허걱! 말문이 막힌다.

절세계좌의 중요성, 복리의 위력, 분산투자와 분할매매의 기본원칙 등에 대해 피 튀기게 열변을 토해 설명하고 나면 어김 없이 돌아오는 질문은 한결같다.


“대충은 알겠는데, 그래서 뭘 사야 하냐고?”


사실 필자 역시 개별주식 투자를 한다. 엄선한 종목 몇 가지를 왜 샀는지 이야기하며 소개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바보처럼 웃기만 하는 이유는,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토록 위험한 외줄타기에 결코 동참시키고 싶지 않아서이다. 훨씬 안전한 길도 있는데 구태여.

☀︎ "무엇을"은 누구나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언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트레이딩에 있어 투자의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종목이 아니라 대부분 타이밍이다. 종목은 그저 조금 거들뿐.

☀︎ 한두 번의 우연한 승리가 당신을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다. 아니 대부분 그렇다. 마치 도박판의 초보자의 행운(bigginger's luck)처럼.


지금 우리는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술자리에서 ‘아는 사람’이 추천한 종목, 지인이 “너한테만 얘기하는 거야”라며 속삭이는 정보를 듣고, 다음 날 아침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지나가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 버튼을 누르기 전, 반드시 떠올려야 할 사실이 있다.


주식시장은 전쟁터다.


개인 투자자가 개별주식 트레이딩을 시작하는 순간, 그는 총 한 자루 들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가운데에 내던져진 신병이 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며, 누군가 수익을 얻었다면 반대편엔 반드시 손실을 본 이가 존재한다. 무장한 기관과 외국인, 전문 트레이더들은 정보력·자금력·분석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들과 맞서 싸워 이길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초보자가 칼 한 자루 들고 전설의 장비로 무장한 고수와 1대1 대결에서 승리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운 좋게 한두 번’ 이길 수도 있지만, 전쟁은 한두 번의 전투로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포기일까? 아니다. 답은 생존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살아남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이제부터 그 생존전략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1. 나만의 필살기를 만들기 전까진 평평한 운동장에서 싸워라.

개별주식을 트레이딩하는 것은 정보, 자금, 분석 시스템 모든 면에서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전투에 총알받이로 나서는 신병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주식투자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평평한 운동장이 있다.

그들이나 나나 동일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는 곳! 바로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다.

S&P500, MSCI ACWI처럼 체계적 리스크가 제거된 지수에 투자하는 ETF는 장기적인 주식시장 성장의 과실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성장 섹터나 테마형 ETF 역시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전쟁의 본질을 모른 채 최전방으로 달려드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략으로 먼저 살아남는 것부터 배우자! 시간이 지나 수많은 전투경험을 통해 골리앗의 헛점을 파고들 자신만의 필살기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말이다.


2. 개별주식 트레이딩의 비중은 패배하더라도 본진에 영향 없을 만큼만으로 한정하라.

개별주식 트레이딩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게임이다. 따라서 전체 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필자가 파산 없이 경제적 자유에 이르기까지 지켜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시작은 전체 자산의 10% 이내에서 할 것! 나머지는 채권, 주식, 금, 리츠 등 다양한 자산군에 적절히 배분하는 자산배분 원칙을 따르며, 주식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지수형 ETF 중심으로 운용한다.

◐ 경험과 실력이 쌓이고 본인만의 투자원칙과 전략이 정립되고 나면 비중을 늘려가도 좋다. 단, 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인컴형 금융소득을 모두 확보하기 전까지는 최대 3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지속가능한 인컴형 금융소득으로 생활비를 완전히 확보하고 난 이후라면? 뭐 얼마든 마음 내키는 대로 운용해도 좋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최소한 돈 때문에 불행할 염려는 없지 않은가?


참고로 필자는 제법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금융소득으로 생활비를 모두 확보한 이후임에도, 개별주식 트레이딩 비중이 전체 투자자산의 30%를 넘지 않는다. 초창기보다 훨씬 공격적인 상품운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투자방식이 ETF를 통한 자산배분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기간을 단 몇 년만으로 늘려도 최대한의 위험을 감수한 개별주식 포트폴리오의 투자수익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자신있게 초월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탓이다.


물론 개별주식 투자는 재미가 있다. 워낙 변화무쌍하여 게임을 하는 듯한 묘미가 있고, 나의 투자전략과 분석이 딱 맞아 떨어졌을 때 단기적으로 깜짝 놀랄 수익이 나는 짜릿함도 있다. 하지만 30%의 수준만으로도 그와 같은 짜릿함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전쟁에 임한 후 모든 병력을 한 곳에만 투입하는 장수는 없다. 언제든 회복 가능한 선에서, 싸움을 지속할 체력을 꼭 남겨두도록 하자.


자신 있는만큼 딱 그만큼만 전쟁터에 뛰어 들라!
처음에는 전체 자산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까짓 10% 쯤이야.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1년 수익을 날리는 정도이니 수업료로 가능한 금액 아닌가?
자신이 생긴다면 그만큼 늘려가면 된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3. 평생 해야 할 싸움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찬찬히 나만의 필살기를 찾아 나가자.

개별주식 트레이딩 방법은 무수히 많다.
스캘핑, 데이 트레이딩, 스윙, 추세추종, 돌파매매, 테마추종, 뉴스매매… 어쩌면 투자자의 수만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방법을 다 마스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경험’해 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에게 꼭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

투자는 곧 자신에게 꼭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투자원칙, 매수 타이밍, 손절과 익절을 포함한 매도전략을 세우고, 수없이 수정하고 반복하며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완성형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실력은 반드시 쌓일 것이고, 스스로 지속가능하다 확신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길이 생긴다. 이때가 되면 비로소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 전문성과 정보접근성 등으로 중무장한 기관투자가들, 즉 골리앗의 약점인 운용상의 제약과 거래유연성의 부족, 단기성과 압박 등을 파고들어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4. ‘손절매’는 최후의 보루다. 나만의 손절원칙을 반드시 갖춰라.

개별주식 트레이더가 숨 막히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손절매의 원칙과 기술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손절은 저마다 스스로 정한 원칙이며, 훈련 없이는 결코 익힐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방어기술이다.


손절은 포기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후퇴’이며, 굴욕이 아니라 생존이다.


◐ 손절기준은 투자목적, 종목특성, 매수이유, 시장상황,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 감정이 아니라 사전에 설정한 원칙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평가손익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객관적 판단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


개별주식 투자는 어쩌면 자신만의 손절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훈련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 '게임처럼 접근하되, 인생처럼 대하라.'

트레이딩은 분명 매혹적이다. 짜릿하고 도전 욕구를 자극하며, 때로는 거대한 보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계를 '게임'으로만 받아들이면 결국 인생이 흔들린다. 주식투자는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진지한 일이지만, 동시에 게임처럼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집착하지 말고 탐구하자. 심각하지 않되 진지하자. 즐겁게 배우되, 결코 가볍게 다루지 말자. 이를 위해서는 앞선 원칙 "본진에 영향 없을 만큼만으로 한정하라"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6.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만이 과실을 맛본다.

이 싸움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개별주식 트레이딩에서 승자는 단기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이가 아니다. 끝까지 살아남아, 전략을 다듬고, 실력을 키워가며, 다시 기회를 잡는 사람이다.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처럼 보여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자가 결국 과실을 맛본다.


느리지만,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자.



절세계좌를 활용하여 자산배분 원칙에 입각한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필자 역시 국내외 개별주식 투자를 병행한다. 투자에 입문한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이 일을 ‘쉽다’고 느낀 적은 없다. 가끔은 "다 팔고 다시는 주식을 하지 말자"는 문장을 출력해 모니터에 붙여놓기도 했다.


필자는 25년간 대기업에 몸담았고, 미국 MBA 학위와 각종 금융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전업 투자 6년, 주식투자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동안 수십년에 걸친 개별주식 트레이딩 성적을 종합하면 그저 손실 없이 ‘생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물론 단기간의 성과에 축배를 들며 차도 사고 럭셔리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나의 투자실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
수년 전만 해도 겁 없이 누르던 매수 버튼을 이제는 수십 번 망설인다.

반면, 누를까말까 수십 번 망설이던 매도 버튼을 이제는 가차없이 누른다.
시장의 파동 속에서 내 감정이 아니라, 나만의 원칙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비로소 이제 조금은 개별주식 트레이딩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자신한다.
이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이며, 생존자가 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성장의 축복이다.


"그래서, 뭘 사야 하냐고요?"

이제 다시 묻고 싶다.
지금 그 질문을 던지는 당신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먼저 살아남는 법부터 익혀야한다.

그게 결국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경험이 욕심보다는 두려움을 만들고,
실패와 좌절, 학습과 원칙 속에 두려움의 강을 건너면,
비로소 다시,
삼가는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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