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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계좌는 '투자하라고' 만들어진 계좌다

투자에 대한 생각

by the 샵 Shi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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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마지막 보루인데… 위험한 투자는 절대 안 돼.
이게 무너지면 나도 무너져.”


가까운 지인들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하다가 퇴직연금계좌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항상 듣게 되는 말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는 매번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바로 그 생각이, 노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심리적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해.”


퇴직연금계좌는 원금보장이 목적이 아니다. ‘투자’를 위한 계좌이다.

퇴직연금계좌(DC or IRP)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은 ‘안전’, ‘보존’, ‘절대 잃지 말아야 할 돈’이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예/적금이나 보험 등 원금보장형 상품만을 고집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퇴직연금계좌의 진짜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결과이다.


분명이 알아야할 사실이 하나 있다. 퇴직연금계좌는 세금 혜택을 주면서도 장기간 인출이 제한되는 구조 덕분에 장기 투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이 계좌는 ‘투자를 하라고’ 국가가 일부러 만든 계좌라는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제도는 1978년에 도입된 미국의 401(k) 제도를 모델로 2005년에 도입되었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의 절반 이상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되고, 따라서 연평균 수익률도 5~8%에 달한다. 반면, 2022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퇴직연금 자산은 무려 86%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으며, 수익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운영되고, 그리하여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성과를 보인, 그들의 운영방식이라면 한 번쯤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들이 투자하는 자산과 상품을 이제 우리 퇴직연금계좌에서도 다양한 국내상장 ETF 상품을 통해 거의 동일하게 투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제도만 도입되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퇴직연금계좌는 원금보전이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 계좌임에도, '내 인생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 탓에 원금이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잘못된 신앙 속에 갇혀 있다.


일반계좌에 있는 돈이나 퇴직연금계좌에 있는 돈이나 모두 똑같은 내 돈이다. 계좌의 이름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 돈에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계좌에서는 수익의 15.4% 또는 22%씩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해외주식을 담고 있으면서, 아무리 큰 수익이 나더라도 지금 당장에는 세금 한 푼 낼 필요없이 수십 년 간 모두 내 돈으로 굴릴 수 있는 퇴직연금계좌의 돈은 원금보장형 상품의 형태로 금고 속에 쳐박아 놓는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퇴직연금계좌에는 아무리 더 넣고 싶어도 꼴랑 연간 1,800만원까지밖에 넣지 못한다. 만약 아무런 혜택이 없다면 이런 제한이 왜 있겠는가?


퇴직연금계좌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혜택은 크게 3가지이다. '세액공제', '과세이연', '저율과세'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1년에 900만원 한도인 세액공제 혜택만을 노리고 딱 거기까지만 납입한다. 그리고 그 돈은 원금보장형 상품에 곱게 모셔둔다. 하지만 혜택이 만약 거기까지라면 연간 납입한도는 왜 900만원이 아니고 1,800만원일까? 분명 더 큰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한두 해만 지나보면, 퇴직연금계좌의 혜택 중 최강은 이익이 생기면 그때그때 고스란히 나라에 헌납해야하는 15.4%의 세금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수십 년 간 굴릴 수 있는 '과세이연' 혜택이라는 사실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은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을 감내하고 임하는 투자라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이카루스 신화를 떠올리며 “위험”을 다시 정의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이카루스의 신화를 ‘태양 가까이 날아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야기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경고는 두 가지였다.


"이카로스야~~ 너무 높이 날지 말아라. 태양에 가까이 날면 밀랍이 녹아내릴 것이다. 하지만 너무 낮게 날지도 말아야 한다. 바다의 습기에 날개가 젖고 무거워지면 바다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너무 높이 날지도 말고, 너무 낮게 날지도 말라. 투자의 세계에 접목하면, 단기적인 욕심에 눈이 멀어 무리한 배팅을 일삼는 것도 위험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안정만을 추구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는 교훈이다. 단기적 손실이 두려워 무조건 원금보장형을 고집한다면, 실질적인 구매력은 인플레이션에 갉아먹혀 사라지고 만다. 지금의 1억 원이 30년 뒤에도 1억 원이면, 실제 가치는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퇴직연금계좌, 왜 ‘공격형’으로 운용해야 할까?


1.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유일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계좌는 보통 10년, 20년 이상을 운용한다. 장기 투자의 가장 큰 무기인 ‘복리’의 효과를 온전히 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가진 돈 1억원을 연 2% 복리 수익률로 30년 운용 시 → 약 1억 8천만 원
헌재 가진 돈 1억원을 연 8% 복리 수익률로 30년 운용 시 → 무려 약 10억 원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단 하나, 수익률이다. 그리고 수익률은 오직 합리적인 위험수준을 기꺼이 감내하는 ‘투자’에서 나온다. 물론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시간은 그 리스크를 상쇄해줄 것이다.


2. 실질수익률을 지키는 것이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하지 않은 원금 보장은 실질적으로는 손실을 의미한다. 오늘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10년 후 20년 후에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돈을 풀고 있기에 모든 자산가격이 너 나 할 것 없이 급등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생각할 때, 금고 안에서 성장하지 않고 잠자는 나의 돈은 결국 나를 벼락거지로 만들게 될 것이다. 왜들 그렇게 열심히 아파트를 사두려 하는가를 생각해보라.

물가 상승률 → 연평균 2.5%
적금 수익률 → 1.5~2.0%
실질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

당신이 정말 퇴직연금을 노후를 위한 마지막 보루하고 생각한다면 현명하고 용감해져야 한다. '나는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은 어떤 의미로도 결코 좋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3. 과세이연과 저율과세 혜택은 오직 공격형 투자에만 주어지는 과실이다

퇴직연금계좌는 세금 혜택을 통해 장기 투자수익이 극대화되도록 설계되었다. 이 혜택의 핵심인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는 오직 높은 수익률을 전제로 해야만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꽁꽁 묶어두고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바람직하다면, 정부는 왜 이런 혜택을 준비했을까? 그 누구에게도 유인책이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과세이연의 혜택 → 투자 및 배당 수익에 대해 15.4%에 달하는 세금을 즉시 부과하지 않고 돈을 찾을 때까지 미루어줌
저율과세의 혜택 → 돈을 찾을 때 부과하는 세금도 3.3%~5.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함
원금 보장형의 한계: 1~2%의 낮은 수익률로 운용할 경우, 과세이연으로 얻는 추가 복리 효과 자체가 미미하고,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해도 절세효과가 거의 없음

이러한 세금 혜택은 낮은 수익률로는 그 존재 자체가 무색해진다. 세제 혜택이라는 달콤한 과실은 공격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실현한 자에게만 허락된 증폭된 보상인 것이다.


4. 긴 투자기간은 변동성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퇴직연금계좌의 돈은 최소한 55세는 넘어야 찾을 수 있다. 또한, 회사에서 매년 넣어주는 퇴직적립금이든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스스로 넣는 돈이든 간에 어쨌거나 수십 년간 꾸준히 납입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장기 적립식 투자의 성격을 가진다는 말이다. 이 긴 시간동안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를 한다면, 주식 시장의 필연적인 변동성은 오히려 나를 부자로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시장 하락의 기회: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납입하는 적립식 투자에서 시장의 일시적인 하락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함(코스트 에버리징 효과 Cost Averaging Effect).
장기 누적 수익률의 차이: 꾸준한 적립식 투자는 단기 변동성을 겪으면서도 결국은 최종적으로 우상향하는 주식시장의 힘을 온전히 받아내줌.

▪매년 6백만원씩 추가하며 30년 간 연 2% 수익률로 운용하면 → 30년 후 약 2.5억 원
▪매년 6백만원씩 추가하며 30년 간 연 8% 수익률로 운용하면 → 30년 후 약 7.4억 원

총 납입금은 1억 8천만원으로 같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변동성이 클수록, 장기 적립식 투자에서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 변동성은 단기 투자자에게는 위험이지만, 퇴직연금계좌를 활용한 장기 투자자에게는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출렁임과 상관이 없이 꾸준히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아래 링크된 포스팅들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5. 납입 한도가 있는 귀한 ‘그릇’은 가치 있게 써야 한다

퇴직연금계좌는 연간 납입 한도가 정해진 매우 귀한 '절세 그릇'이다. 모든 돈을 이 계좌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은 곧 '우선순위가 높은 자산'만 골라 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차피 절세혜택이 미미한 예금이나 적금 등 원금보장형상품은 그냥 일반계좌에 담아도 된다. 퇴직연금계좌에는 일반계좌에서는 누릴 수 없는 세금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만을 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담아야 할 상품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공격형 투자상품
▪매매차익이나 배당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해외 주식형 ETF 또는 배당형 ETF 등
담지 말아야 할 상품
▪기대수익이 미미한 원금보장형 상품
▪일반 계좌에서도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국내 주식형 ETF

퇴직연금계좌는 세금 폭탄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방패이다. 이 귀한 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계좌에 담았을 때 유리한 상품들을 담아야한다.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나 일반계좌에서도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국내 주식형 상품을 담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러한 상품을 퇴직연금계좌에 담는 것은 아까운 절세한도를 낭비하는 행위이자 기회손실이 발생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투자자를 위한 현실적 조언 몇 가지!


지수형 상품을 포트폴리오의 Main으로 삼자!

'공격적 투자'는 개별 종목이나 테마형 섹터를 쫒아다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말하며, 이때 주식이 의미하는 것은 S&P500이나 MSCI ACWI와 같이 비체계적인 위험이 제거된, 전 세계 주식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형 ETF나 펀드다. 이와 같은 상품을 포트폴리오의 Main으로 삼으면 단기적인 변동성 속에 일시적인 하락은 경험할지 몰라도, 10년 20년이 지난 당신의 계좌는 결국 놀랄만한 수익으로 빛날 것이다. 믿어도 좋다. 필자는 이러한 상품을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집 나간 자식"이라 부른다.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위험(변동성)의 정도는 나이가 아닌 인출 시점이 기준이다!

대부분의 투자교과서에는 위험자산(주식)과 비위험자산(채권)의 비율을 나이에 따라 조정하도록 안내되어 있다. 증권사의 컨설턴트들이 흔히 제시하는 TDF상품의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설계나 주식과 채권의 보편적 운영규칙인 "나이 규칙(the 100 Minus Age Rule)" 등은 모두 이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의 비중조절에 대해 가장 이해하기 쉽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보편적이라는 말 속에는 나에게 꼭맞는 맞춤형은 아니라는 의미 또한 숨어 있다.

퇴직연금 자산을 실제로 꺼내 쓸 필요가 있는 시점은 사람마다 제각기 모두 다르다. 일반계좌에 여분의 돈이 있는 경우에는 구태여 먼저 꺼내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다른 소득이 있다면 그 역시 급히 꺼내 쓸 필요가 없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자산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운용할 것이냐 하는 것은 교과서에 기계적으로 제시된 '나이' 기준을 따를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이 돈이 필요해서 꺼내 쓸 시점이 언제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지는 지금, 수십 년 전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당시 정해진 55세라는 인출기준은 너무 이르다. 은퇴 후에도 소득을 창출하는 다양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저마다의 인출계획에 따라 인컴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할 수도 있다. 나이에 따른 규칙은 포트폴리오의 기초를 잡는 데는 유용할 수 있지만, 각자가 처한 재무상황과 투자기간, 투자목표에 맞추어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퇴직연금계좌도 그저 투자에 활용하는 계좌 중 하나일 따름이다!

'퇴직연금'이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 때문일까? 퇴직연금계좌는 마치 건드리면 안 되는 금고처럼 여겨져서 왠지 위험이 높은 자산에는 투자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퇴직연금계좌는 그저 '다양한 혜택과 제약이 공존하는 투자를 위한 계좌'라는 사실이다. 은퇴 후 생활자금은 일반계좌의 자산으로 우선 충당하고, 퇴직연금계좌를 메인 투자계좌로 활용하는 유연한 사고가 더욱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건강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가는 장기적으로 우리들의 생각보다 훨씬 가혹할 것이다.
지금 당장, 퇴직연금계좌를 '안전을 지키는 금고'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엔진'으로 전환하자!
이 계좌는 우리들의 미래를 키우는 온실이다.
이 온실의 화초는 투자라는 태양과 시간이라는 물이 있을 때, 비로소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안전만을 좇는 것은 결국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오늘, 나의 퇴직연금 자산을 다시 바라보자!
그리고 두려움 대신 이성적 확신으로 운용해보자.
풍요로운 노후는 바로 우리들의 현명한 투자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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