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그락
막 캐낸 조개처럼 해감이 필요한 말들이 있다. 어쨌거나 그런 말들은 바로 내뱉기 힘들다. 당사자인 나도 속이 울렁이는데 W는 그럼 어떻겠냐는 생각에서다. 저절로 입이 닫힌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시간을 끼얹다 보면 그제야 입속에 넣고 굴릴만한 말이 된다. 말이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한차례 파도가 휩쓴 후 진흙이 잔뜩 묻은 채로 건네기 싫은 거다. 조금만 더 지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순수하게 쥐어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구나 경험할 법할 찝찝한 흙맛. 크기도 작은 게 입안에서 아득바득 바스러져서는 치아 틈 사이사이에 비릿하게 박힌다. 한번 겪고 나면 두 번은 왠지 먹기 꺼려진다. 같은 곳에 들었으니 아마 다 비슷한 상태일 거라, 내가 W에게 하는 말들도 혹시 그렇게 될까 난 두려운 거다. 어떤 애는 그걸 품어 진주로 만든다던데 어떤 마음으로 한 겹 한 겹 덮어 원래 무엇이었는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쌓아 올렸나 묻고 싶다. 당장 나와 내 옆의 W를 지키고자 입을 다물었지만 누구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기약 없는 침묵에 옆을 지키는 W는 답답하고 내 안에 언제 나갈지 모르는 이물질들이 자꾸만 생채기를 내니 나도 불편할 따름이다.
생각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일정하게 떠내려가기라도 할 텐데, 이곳저곳에서 쏟아지는 탓에 멀미가 난다. 나도 모르게 울적해진다. 보이는 곳이 죄다 물로 차오르니 그게 밀물인 줄 알았나, 짠 눈물에 잠겨 입이 열리면 들어있던 것들이 속수무책으로 튀어나온다. 어디에 날이 선지 몰라 얼기설기 덮는 것에 급급했던 덩어리들이 어정쩡하게 다시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다. 품지 못했으니 진주도 아닌데 그렇다고 깨끗하게 씻어내지도 못했다. W는 하나하나 주워 들고서 날 안아온다. 흠뻑 젖어버린 모습과 곳곳에 묻은 흙이 눈에 밟힌다. W는 이래도 괜찮다고 한다.
어색한 대화가 오갔다. 말이 대화지 실상은 내 속에 있던 것들을 W의 손을 빌려 죄다 옮겨둔 꼴이었다. 미안함에 활짝 웃음 짓지 못했다. 해감이 필요했던 건 내가 하는 말과 생각이 아닌 나 자체였다. 내가 막 캐내어진 조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