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

by 이수

내 눈길이 닿지 않아도 세상은 착실히 굴러간다. 데굴데굴 구르든 삐그덕거리며 질질 끌리든 꾸준히 나아가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날 태우고선 마음이 요동치게 한다. 오늘은 넓지 않은 풀밭 위를 스치듯 날던 하얀 나비, 전봇대 하나가 마음에 들었는지 도무지 떠날 줄을 모르는 참새 세 마리, 회색 천장 모서리에 어느샌가 자리한 푸른 하늘이 그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얀 나비는 영혼을 의미한댔는데 그렇다면 살아생전 풀과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까

-저곳이 저 애들의 비밀 아지트인 걸까

-역시 아주 흐리리란 법은 없지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려 생각했다. 그리고 결코 따분하지 않았다. 어느 시집에서 읽었다. 낭만으로 가는 길은 낭만뿐이라던. 건조한 나날에 W와의 커피 한 잔, 동생의 귀여운 연락을 윤활유 삼아 내일은 더 잘 굴러봐야겠다는 잔잔한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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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렇게 창밖만 본 것 같다. 등뒤로 먹먹하게 퍼지는 음악이 매장 안을 가득 채웠다. 아는 노래가 아니면 귀 기울여 들어도 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마치 내가 꽤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W가 디저트 하나를 사 왔다. 커피푸딩이라는 나름 한정수량인 디저트였는데 생각했던 맛과 달리 크림의 달콤함보다 커피의 씁쓸함이 더 오래 입안에 남았다. 다디단 시간에 대한 나름의 균형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태 그랬듯 그저 난 이런저런 생각을 손으로 써 내려가고 싶을 뿐이었다. 내가 종이와 펜, 새와 풀과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오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자주 손에 쥐고 더 자주 눈에 담아야지. 적당히 설레고 적당히 안정적인 흔치 않은 주말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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