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m Oct 30. 2022

넷플릭스 <entergalactic>

넷플릭스 신작 entergalactic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 속에서 본인만의 미시적인 소우주를 창조하는 디자이너의 삶을 사는 남자와 사진작가로서 명성과 그녀의 실력을 널리 인정받으며 살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으로 공허함과 허무주의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여주인공의 사랑의 일대기를 화려한 색채와 화면, 카메라 무빙으로 담은 장편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인간들이라면 공감하거나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는 과정을 생활밀착형으로 그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모든 잡념을 떨쳐내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의 상태처럼 타인을 바라보는 정념을 방해하는 장애물인 마약과 전 여자친구라는 가시적인 설정을 통해서 이웃집 사진작가와의 연기적인 사랑을 향한 염원과 고군분투를 묘사합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유인지, 주변 자동차 경적소리와 벨소리, 주변 백색소음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음악적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활용함으로써 사운드트랙에 역동성과 빈 틈을 채워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제목에서 드러난 <Entergalactic>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은하를 횡단하고 부유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수평적 이미지에 기계적으로 순환하는 삶을 택시, 트럭, 승용차들의 질서로 이루어진 모습을 와이드 샷으로 보여주며 그 옆을 바쁘게 횡단하는 주인공을 왼쪽 프레임에 위치시켜서 시끄러운 소음의 연속인 오른쪽의 도로 위에 펼쳐진 시끄럽지만 지루한 오케스트라와 동시에 존재하는 목적 없는 발화자의 합작을 챕터 1에서부터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권태로운 일상에서 일시적으로 도피하기 위해서 단시간에 극대화된 쾌락을 선사하는 마약을 함으로써 현실 속에 펼쳐진 장엄한 은하계를 혼자서 부유하는 듯한 화면 전환을 통해서 시각적 영상미 역시 효과적으로 연출합니다. 은하계는 주인공이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상을 그리지만 닿을 수 없으며, 정작 본인조차 무엇을 명확히 갈망하는지 잘 모르는 그림의 떡과 같은 공허한 상태를 외재화 시킨 표상입니다.

화면비율은 1.78:1 정도로 인물들에 프레임과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광활한 배경을 움직이는 피사체들과 동시에 포착하여 드라마적인 측면을 더욱더 강조시키는 효과를 전이합니다. 특히 이러한 요소는 주인공이 마약을 한 후 이 화면비율은 극장의 공간적 규모를 고려한 상대적 크기가 아닌 TV,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통해 시청하는 이들을 위해 맞춰진 기술적인 스펙입니다. 그럼으로써 작은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반복적으로 굴러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우주를 유영하는 예술가와 같이 톱니바퀴 굴러가듯 무료한 일상에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존재의 등장은 마치 마약을 한 듯 모든 사물이 순간적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보이며 서로의 우주에 진입하여 틀에 박힌 순환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그림을 그리며 황홀경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직업인 디자이너는 안정되고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세상에 대해 반하는 의미를 내포함과 동시에 도피를 위한 일종의 미시적 안식처이며 마약이라는 매개체와는 일맥상통하지만 그 본질은 다른 곳에서부터 파생되어 왔다는 것을 함의합니다.

디자인한 그림은 본인의 내면에 감춰둔, 동시에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본모습으로서 최대한 익살스럽게 웃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형이상학적 가치는 고뇌와 인내 그리고 고독을 스스로가 견뎌내며 얻어내는 극 고의 상징이지만, 마약은 단순히 뇌를 속이며 환각을 그려내며 실상은 블랙홀과 같은 미지의 공간 저 너머로 스스로를 심연으로 빠뜨려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상징체입니다. 심연으로 빠지게 되면 '전진'의 이미지 대신 '하강'의 이미지를 함의하기에 과거나 다시는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추억에 빠져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음'의 요소로 작용하고, 그와 헤어진 전 여자 친구 역시 우울감이나 상실감, 더 나아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잡을 수 없는 도피처로서 선택한 방향이지만 다시는 처음처럼 풋풋한 상태로 서로를 마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허무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정지된 세계에 침몰되어 이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로 마약을 접하고 마침내 현실의 형이하학적 요소들의 변신을 목도하며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은하 사이로 빠져들어 우울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상생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동물이기에 그 행복은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포하는 듯이 주변 이웃인 Meadow와 사랑에 빠집니다.  

여주인공 역시 사진작가로 설정되는데, 사진은 그림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물증으로 남기는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차이로는 그림은 개인의 주관이 비중 있게 차지하는 가시적 표상으로서의 기록물이지만 사진은 순간에 담겨있는 사물, 인물, 그 모든 것들이 시지각을 통해 인식되는 거의 그대로의 실재를 그대로 포착하여 2차원의 프레임에 가둬놓아 평생을 간직할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이 염원하는 것은 모두 예술이라는 수단을 단순히 무료한 삶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명예롭고 호화로운 삶을 넘어 과거를 그리워하며 보조적인 현실 도피처로서 여긴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둘의 만남으로 마약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만의 미시적 세계를 구축하여 외재적 공간에 존재하는 서로의 매개체가 비가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그들의 인생 이야기나 가치관을 공유하며 그들의 소우주 속으로 들어가며 인지적으로 서로가 연결되어가는 단계에 봉착해있다는 점을 감각적으로 느껴감으로써 정해지지 않은 그들만의 한 폭의 회화를 완성해가면서 행복을 찾아가며 상호 간의 소중한 가치를 음미하는 과정을 역동적이고 팝아트적인 그림체를 통해 라이브 액션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한 연출적 임계를 뛰어넘어 사랑이라는 형이상학적 가치를 시각화합니다.

정신적 동기화를 통해 각자의 우주 속을 유영하는 탐미적 사랑을 넘어서 그들의 육체를 통해 체온을 느끼고 그들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육체적 사랑으로까지 발전하여 마약으로는 채워 줄 수 없는 내면적 충족감을 채워줌으로써 단독적으로는 50%밖에 얻어질 수 없는 것들을 타인에게서 50%를 보충받아 온전한 1이라는 완전수에 도달하는 심미적 과정을 은하계에서 춤을 추는 무도회와 같은 장소로의 전환으로 연출하여 그들이 느끼는 황홀감으로의 변천을 두 눈으로, 이를 넘어서 제3의 눈으로 목도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인간을 괴롭히는 주된 요인은 내면적 공허함에서 오는 권태로움과 허무주의적인 관점이라는 것을 시사하며 반드시 호혜적 관계에 기반하여 상생과 공생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본질적으로는 본인의 은하계와 같은 공허함에 맞서며 고독을 내면화시켜 개인화의 상태로까지 도달하고 확실성을 기반으로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이 가장 절대적 지혜와 근접하게 타협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달합니다.


좋았던 점​

1. 제목 그대로 은하를 횡단하며 무의식 속으로의 여행과 그 세계를 목도하는 연출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이 팔과 같은 신체를 움직일 때마다 그 피사체를 따라 다음 화면으로 전환되는 pass-by 효과가 가미된 화면 전환이 주로 이루어져 현실과 가상세계는 괴리감이 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굉장히 효과적이고 극적으로 표출합니다.

초반 마약을 하는 장면이 나온 후 사람들이 영혼처럼 공중을 부유하고 마치 액체처럼 초현실적인 표면을 지니고 있는 것을 1인칭 시점으로 포착하고, 이다음으로 은하계를 넘어가 평행세계로 진입하여 본인의 이상형을 그대로 담아낸 결과물이 본인을 공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경험함으로써 내면에 존재하는 공허감의 강도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유추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연출합니다. 또한 후반부에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유리막과 같이 물리적 간극은 정말 차이가 없지만 심리적인 장막이 상대적으로 두껍다고 여겨질 수 있는 장애물이 생겼을 때, 공허함이라는 영혼과 같은 존재에 의해 빙의된 본인의 작품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이를 거침없이 깨부수며 음악 박자에 맞춰 각각의 몽타주 편집 기법으로 감정적인 요소가 연결된 선형적 순서에 아크 샷을 통해 부드럽게 전환되어 360도 회전하며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시간적 속성을 연상시키는 황홀한 순간의 일련으로 변화시키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2. 사운드트랙에 나온 음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은하계를 횡단하는 1인칭 시점의 본인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듣는 내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스스로가 순간적으로 만들어낸 상념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세계 속을 부유하는 느낌이 전승되어 이 뮤직비디오와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멋진 동화로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점

1. pass-by효과를 활용한 화면 전환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퀀스를 차지하기 때문에, 어지러울 수 있고 색채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센 편에 속하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시각적인 피로감을 어느 정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지닌 정도인 것 같습니다.​


2. 그리고 현대 젊은 세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 여자 친구와의 재회라던지, 마약을 통한 유흥이라는 설정이 보는 주체에 따라 적응이 되지 않고 본인을 찾는 여정에 포함된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논리적인 인과의 이해는 어렵지 않지만 공감하며 만약 나라면 이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약과 공허함, 불안감과 사랑이라는 대척점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는지라 내재적 가치의 융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맥락 관통하는 설정과 주제만 이해한다면 적어도 거부감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