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지난 2주간은 짧은 글 하나 끄적일 여력조차 없었다. 우리 부서의 '그분'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결국 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36쪽 분량의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글은 그 서류에는 담지 못했던, 내 마음의 상처에 대한 기록이다.
괴롭힘의 시작은 공동 업무에서였다. 그분의 명백한 규정 위반으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겨우 내가 사태를 수습하자, 그분의 편집증이 폭발했다. 자신의 실수가 혹여 계약 해지로 이어질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은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거칠게 나를 몰아세웠다.
"이 일 처음 하는 거냐"는 모욕적인 발언을 던졌고, 심지어 "저 사람이 일부러 꾸민 일"이라며 내 평판을 깎아내렸다. 사건 당일은 나를 쫓아다니며 비난을 멈추지 않아 동료가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주기도 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극심한 두통으로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처음으로 정신과 약물도 복용했다. 2주간 병가를 냈다. 두 번째 병원에 갔을 땐 의사 선생님께서 ‘말이 좀 느려진 것 같은데 알고 있냐’고 하셨다. 그땐 좀 무서웠다. 나 괜찮을까.
조직 전체를 들쑤시고 다니는 그 사람 때문에 다들 힘들어했지만 결국 총대를 메는 건 나였다. 살면서 부당함을 마주한다. 그럴 때 나는 종종 총대를 멘다. 메고 싶지 않은데, 메게 된다. 피하고 싶지만, 외면할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이런 내가 싫지 않은데.
다만 총대를 들 때마다 엄마 생각이 스친다. 치기 어린 시절, 지금 보다 더 에너지가 넘쳐, 불의를 보면 끝까지 맞설 때. 엄마는 내가 ‘굳센 나무처럼 서 있어서 때론 부러질까 봐 걱정된다'라고 했다. ‘천둥 번개가 칠 땐 피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엄마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를 맴돌아서. 엄마가 지금 아픈 나를 보면 속상해할까 봐 그게 슬프다.
아직 나는 아프다. 마음이 아픈 게 몸으로 나온다. 처음에는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후 극심한 두통으로 이어졌다. 두통이 더해지니 구역감이 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구역질을 했다. 밥을 먹고, 이유도 없이 구역질을 해보는 건 처음이다. 구역질이 잦아드니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이젠 발작적 마른기침이 난다. 기도가 확 좁아지면서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속 미스 해비셤의 '기침'소리 같다.
몸이 힘드니 마음엔 더 여유가 없다. 평소라면 지나칠 수 있었던 일도 이젠 신경이 곤두선다. 별거 아닌 약속을 정하는 일도 버겁다. 직장에선 농담도하고 웃으면서, 집에 오면 쓰러져 잠만 잔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도 안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변 환경까지 변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상황이 밉다. 내 연인이 미운게 아니라, 내가 힘든데 변화를 만드니까 적응하기 버겁다. 의사 소견서에 적혀 있던 ‘적응 장애’가 맞는 것 같다.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지금은 굴 속에 몸을 좀 웅크리고 있고 싶다.
그러면서도 굴에서 나와 글을 쓰는 건, 신고서를 작성하며 감정 과잉일까 꾹꾹 눌러 담았던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서. 엄마 이야기를 쓰니 다시 눈물이 난다. 축축한 내 마음이 조금은 마르기를. 진료실에서 '저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 한 달은 진료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서, 이 폭풍이 지나가기를. 나의 뿌리가 부디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