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만 늘어놓던 고객이 계약서에 사인한 이유
신입사원 시절, 나는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말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였다.
그때는 고객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해야 '프로'라고 생각했다.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 초보구나?"라는 비웃음을 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잘 모르면서도 얼렁뚱땅 아는 척 대답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쓸데없는 자존심은 높고, 자존감은 낮은 겁쟁이였다.
20년 차가 된 지금, 나는 이제 당당하게 "모른다"라고 말한다.
얼마 전, 신형 셀토스가 출시되었을 때였다.
한 고객님이 물었다. "카마스터님, 이번 가솔린 2륜 모델 서스펜션이 뭐로 들어갔나요?"
하이브리드 모델은 멀티링크라고 적혀 있었지만, 가솔린 모델은 어디에도 정보가 없었다.
신차 교육 때도 듣지 못한 내용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 아마 토션빔일 겁니다"라고 대충 둘러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고객님, 제가 아직 그 부분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본사에 확인 후 바로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부랴부랴 본사 상품 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 안내해 드렸다.
고객은 나의 무지를 탓하는 대신, 정확한 정보를 찾아준 노력에 고마워했다.
'모름'을 인정하는 것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정직한 태도'임을 이제는 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유독 우리 차의 단점만 늘어놓는 고객을 만난다.
"아니, 기아차는 이래서 안 좋아." "요즘 나온 경쟁사 차는 이게 좋다던데, 이 차는 왜 이 모양이야?"
신입 시절에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아니, 그렇게 싫으면 안 사면 되지 왜 여기까지 와서 난리야?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나는 억울한 마음에 고객의 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리 차가 얼마나 좋은지 설득하려 들었다.
결과는 뻔했다. 논리 싸움에서는 내가 이겼을지 몰라도, 고객의 기분은 상했고 계약서는 날아갔다.
수많은 상담 실패 덕분에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고객의 언어는 '번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분들은 우리 차가 정말 싫어서, 시간이 남아돌아서 대리점까지 찾아와 험담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험담은 사실 이런 뜻이었다.
"나 이 차 정말 사고 싶은데, 이 부분이 너무 걱정돼요.
제발 내 걱정이 틀렸다고, 그래도 이 차를 사야 할 이유가 있다고 나를 좀 안심시켜 줘요!"
이제 나는 고객의 공격에 방패를 들지 않는다.
대신 맞장구를 친다.
"맞습니다! 고객님 말씀대로 그 부분은 저도 참 아쉽게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 기능은 타사 차량이 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고객의 눈빛이 달라진다. '어? 이 영업사원 말이 통하네?' 하는 안도감이 얼굴에 번진다.
내 편이 되었다고 느낀 고객은 신나서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갈 때는 "그래도 전 차장이 솔직해서 믿음이 가네"라며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나는 이제 고객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영업은 토론 대회가 아니다.
고객의 불안한 마음을 읽어주고, 그 편에 서주는 것.
그것이 20년 동안 내가 깨달은, 차보다 사람을 먼저 얻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