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바꾸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단점의 나무 뒤에 숨겨진 감사의 길
최근 대리점 동료들의 단점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단점들까지 선명해졌다.
우리 대리점은 따로 흡연실이 없어 뒷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런데 몇몇 흡연자들이 꽁초를 재떨이가 아닌 바닥이나 하수구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일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청소 아주머니의 간곡한 부탁에도 개선되지 않는 그 모습에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입을 떼는 순간 내 마음도 불편해질 것 같아 애써 외면하며 참아왔다.
업무 태도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업무과에 미루는 동료들을 보며, 과중한 업무에 힘들어하는 직원의 토로를 들을 때마다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번에도 참으며 외면했다.
그렇게 속으로만 삭이다 보니 어느덧 가슴은 답답함으로 가득 찼고, 감정은 끝없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동료들이 미워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혼자 감당하기 벅찬 스트레스에 대표님을 찾아가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이 문제들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문득, 어떤 책에서 본 스키 선수들에 관한 한 문구가 머릿속을 스쳤다.
스키 선수들이 슬로프를 내려올 때 어떻게 그 수많은 나무 사이를 충돌 없이 빠져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스키 선수가 '저 나무를 피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야에는 나무만 더 크게 들어와 결국 나무와 충돌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가 아닌 '길'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넓게 보여 나무를 의식하지 않고도 유연하게 내려올 수 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내가 무엇에 집중하느냐'에 있다.
그동안 나는 동료들의 단점이라는 '나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 앞에는 장애물만 가득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단점 대신 동료들의 장점과 감사한 점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OO 대표님: 편안하고 멋진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OO 부장님: 항상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시는 든든한 모습에 감사합니다.
OO 차장님: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주심에 감사합니다.
OO 형님: 긍정적인 마인드로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자극을 주어 감사합니다.
OO 동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는 친구라 고맙습니다.
OO 후배: 호위무사처럼 늘 내 곁에서 듬직하게 도와주어 감사합니다.
OO 후배: 스스로 할 일을 척척 찾아내어 신경 쓸 일 없게 해 주니 감사합니다.
OO 후배: 가끔 뺀질거리기도 하지만, 마음이 여려 형과 동생들을 잘 챙기는 따뜻함에 감사합니다.
OO 후배: 대리점의 궂은일들을 도맡아 해주는 헌신에 감사합니다.
노트를 채워갈수록 신기하게도 요동치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미워 보이기 시작한 마음도 눈 녹듯 사라졌다.
역시 감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오랫동안 감사 연습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그 흐름을 놓치자마자 마음은 금세 불편함으로 가득 찼다. 아직도 수련이 참 부족한 사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나무라는 단점에 매몰되지 않고, 감사라는 '길'을 먼저 찾아내는 습관을 멈추지 않겠다고.
나의 슬로프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열리기 마련이니까.